작품 소개
초판발행 2024.08.30
붓을 들며
경제학을 배우고 가르친 긴 세월 동안 지은이는 늘 ‘경제현상은 과연 과학의 대상인가?’, ‘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가?’, ‘어떤 경제정책이 사회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잘한 경제학 연구에 대해서 노벨상까지 주며 학문성을 인정하는 시대를 살면서도, 온 세상이 돈, 돈 하면서 경제학을 쳐다보고 있는 시대의 최전선에 있으면서도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머리를 떠나지 않은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 지은이는 경제학이 지식을 만들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방식을 살펴보아야 했다. 그래서 경제철학 근처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사실 지은이는 어린 시절 ‘철학은 선험학이고, 형이상학이다.’라는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말에 사로잡혔다. 근대의 세계가 열리고 모든 분과과학이 철학에서 독립한 후에도 철학이 학문 영역에 남을 정당성, 즉 철학의 정체성은 형이상학에 있고, 형이상학의 선험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형이상학의 어설픈 전사가 된 지은이는 제1철학인 형이상학 이외의 영역에서 철학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분노했었다. 그래서 경제철학, 역사철학, 정치철학, 과학철학 등 각종 분과과학 뒤에 철학이란 용어를 붙이는 것에 사납게 굴었다. 아울러 인생철학, 철학관, 생활철학, 음식철학 등 인간사 모든 영역에 철학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도 불편했다. 꽤 긴 시간 언어 집에서 방향을 잃은 존재는 세상으로 향한 문을 닫아야 했다.
세월을 지나며 존재에도 이끼가 끼었는지 철(?)이 좀 들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완장을 스스로 차고 언어의 교통 정리를 해도, 세상은 이를 귀담아듣지도, 변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온갖 상황이나 용어 뒤에 철학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붙였다. 그리고 뭔가 진지하게 탐구한다는 것에 어김없이 철학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늙어 무뎌진 존재는 철학이란 용어의 이러한 사용에 둔감해졌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이 ‘철학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사라진다.’라고 했던가? 늙어 흐려진 존재는 ‘명석판명한(clear·distinct)’ 인식을 포기했는가? 지은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사용하고,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철학이라는 용어의 쓰임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언어를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후기 비트겐슈타인처럼 사회가 용인하여 사용하는 철학이란 용어를 그대로 인정하자 눈이 순해졌다. 언어는 공동체의 약속이므로 언어의 대상과 일대일 대응하지 않는다고 정리한 후 인식의 날카로운 칼을 접고, 불완전한 언어의 세계를 인간 세상의 한 모습으로 수용했다.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한때 진심이었고, 삶을 흔들 정도로 집착했지만, 감당할 수 없어서 세월 속에 묻어버린 철학을 다시 집어 든 것은 지은이가 경제학자로 제법 시간을 보낸 후였다. 여전히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복합위기에 빠진 세상의 경제 현실과 이를 해명하는 경제학 사이의 간극을 보며, 게다가 이를 방치하는 학계를 쳐다보며, 결국 문제는 ‘철학의 빈곤’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경제학이 이런 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철학의 빈곤’에 있다고 판단했다.
존 메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말처럼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 죽는다.’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가 모두를 죽였다.’라고 할 수도 있는 세상의 변화에 경제학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철학의 빈곤 앞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지적했던가? 경제철학의 빈곤도 경제학이 자신을 모르는 것에서 출발한다. 경제학은 애초에 자연과학처럼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경제를 결정하는 조건이 경제 내에 있지 않고 대부분 외생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한계효용이니 탄력성이니 하면서 마치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것처럼 굴지만, 경제현상은 그저 인간의 행동 양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제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도 뭔가를 하면서 세상을 위기로 몰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아프다. 경제위기, 기후 위기, 생태 위기, 재생산의 위기, 사회적 위기, 전쟁과 질병의 위기 등으로 현재 세상은 아이도 태어나지 않는 복합위기 속에 있다. 그리고 현재 인류가 직면한 복합위기는 인류 역사 전체를 거쳐 경험한 적이 없는 전무후무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서, 지구별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할 처지에 있다. 그런데 현재의 경제학은 이 복합위기의 원인 제공하고, 결과를 정당화시키고, 단기적 정책으로 세상을 현혹하고 있다.
경제학의 위기와 현실 경제의 위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왜냐하면 경제학이 경제 현실을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현실 경제와 괴리되어 현실 경제에 설명력을 상실한 경제학은 현실 경제의 위기를 부추기고, 현실의 경제 문제를 방기하게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더 잘 살게 했다고 자부하는 근대경제학의 눈부신 성공이 세상을 종말로 이끄는 이 상황을 종식하려면 그 학문의 밑바닥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이 지은이가 경제학 너머의 세계, 경제철학을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의 물질 만능 세계를 만드는 것에 경제학의 역할은 지대했다. 사실 근대경제학은 근대 사회과학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했고, 사회적 주목을 받았으며,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세상은 경제학자의 주장을 신뢰했고, 그들이 제시한 계산서를 주목했다. 경제학도 윤리와 도덕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과학 중 하나이지만, 세상은 경제학이 믿을만한 지식을 만들길 원했고, 근대경제학은 기꺼이 세상의 요구에 맞추어 갔다. 그러나 과학적 엄밀성이라는 자기 규율에 사로잡힌 경제학은 실제 많은 경제 현실에 눈을 감았고, 더 나은 세상과 우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
이런 사정에도 세상은 경제적 지식이 절실히 필요했고, 경제학도 세상의 필요에 순응했다. 자료를 만들고 검증하고 해석하고 예측하며 판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경제학의 지식은 참이든 거짓이든 유력하게 작동했다. 특히 현실의 권력관계를 지지하는 경제학 지식은 주목받고 지원받고 대를 물려 교육되었다. 간혹 경제위기 같은 것이 터졌을 때 현실 경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탄받기도 했지만, 대중은 곧 이를 잊고 경제학을 다시 소환했다. 그래서 여전히 경제학은 세상의 가치를 결정하는 상부에 앉아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사회구성원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멈추어 서서 세상을 복합위기로 몰고 가는 경제학을 살펴보니 경제학의 개념 설정부터 방법론까지 21세기의 상황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었다. 경제학파 사이에는 아예 대화할 수 없을 정도로 개념이 달리 설정되어 있고, 양자역학과 빅데이터 시대의 자연과학에 비해 지나치게 낙후된 과학적 기반 위에 있다. 이런 분열과 후진성은 경제학이 제대로 된 학문적 기초위에 집을 짓지 못하게 한다. 이는 결국 철학의 문제고 세계관(worldview)의 문제이다.
과학은 인간 이성을 통해 사실을 파악하려는 작업이며 경험한 사실을 이해되게 설명하는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이렇게 연구하거나 설명할 때 가지는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나 관점을 세계관이라고 한다. 이 세계관이 세계와 결합하여 만든 인식의 구조물을 이념 혹은 이데올로기(ideologie)라고 한다. 이 시대를 움직이는 이데올로기는 과학주의(scientism)이다. 흔히 이데올로기는 주관이 개입되어서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폄훼한다. 하지만 객관성을 강조하는 이런 과학주의 자체도 이데올로기이다. 과학적 발견도 연구실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오면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작동된다. 가령 지동설은 과학이지만, 이를 주장하면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데올로기는 연구자가 가지는 세계관에 영향을 준다.
경제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경제학파가 등장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지금까지 발전했다. 학문은 인간 이성의 작업이므로 경제학이 경제현상을 판단하는 방식에는 ‘경제적 이성’이 작동했다. 그런데 현재 경제학이 맞은 위기는 특정 세계관에 대한 지나친 맹신이 가져온 올바른 ‘경제적 이성’의 결여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이를 바로 잡는 작업은 잘못된 경제적 이성을 비판하고, 올바른 학문관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니 결국 경제철학과 경제학방법론으로 시작해야 한다.
경제철학은 경제와 경제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경제학에 대한 ‘근원적 앎, 아르케(arche)에 대한 앎’이다. 경제학을 철학적으로 성찰하는 이유는 세상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경제학을 다음과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째, 경제학은 여전히 과학으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과학은 힘은 검증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검증하고, 검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는 것에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학은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안다고 한다. 확률적으로 안다고 하지만, 알 수 없다는 것은 확률적으로도 알 수 없다. 그것이 실재의 본질이다. 실재를 기반으로 한 경제학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과학은 정량화되지 못한 것도 존재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21세기의 과학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건을 분석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경제학은 여전히 고정된 대상에 대한 숫자놀음에 바쁘다. 그래서 정량화되지 못한 많은 경제 현실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니 사회적 수요에 맞추어 사이비 정량화 작업을 통해 사이비 지식을 생산하고 있다. 경제학이 진정한 과학이 되려면 정량화 안 되는 세상을 담을 존재론적 공간을 경제학 내에 만들어야 한다.
셋째, 과학은 객관과 주관을 동시에 객관화한다. 인간의 상상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의 자연과학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의 주류경제학은 주관의 영역을 도외시하고 객관만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진정한 객관을 만들지도 못했다. 인류가 직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객관과 주관을 넘어선 인간의 주체를 다루는 경제학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인공지능 시대는 새로운 과학관과 윤리관을 요구하고 있다. 주류경제학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정량적 분석을 고집하며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규범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경제학자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자유로운 생각과 윤리적 책임을 중심에 둔 경제학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지은이는 경제학이 충분히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본다. 더 많은 데이터, 발전된 통계 기법 그리고 자연과학적 실험의 방법으로 20세기 말부터 현재에 이르는 경제학의 변화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이 드디어 과학이 되었다고 하면서, 경제학에 ‘신뢰성 혁명(credibility revolution)’이 일어났다고 하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 여전히 경제학은 가상의 세계에 묶여있다. 그래서 어떤 통계적 추론으로도 실재를 포착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학을 작동시키는 핵심축인 경제적 이성에 대한 정확한 비판 없이는 경제학이 진정한 과학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사실 오랫동안 과학은 이성의 산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현재 과학은 이성의 텅 빈 실체를 확인하며, 이성 중심의 학문관을 해체하고, 이분법적 사고 대신에 ‘사실 그 자체’를 드러내려고 하고 있다. 가령 물리학에서는 사실이 여러 개일 수 있는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과 탈진리(post-truth)의 시대를 맞아 새판을 짜기에 분주하다. 복합위기의 시대를 맞아 대안이 절실한 시대이다. 경제학도 이런 과학의 새판짜기에 동참하여 앞으로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과학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염원을 담아 경제학의 새판짜기를 위한 기초를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한 갈래는 경제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경제사상, 경제이념에 대한 탐구이다. 또 다른 갈래는 인식론의 문제에 집중하여 경제학의 진리 탐구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다. 이는 경제학이 어떻게 학문하는지를 살펴보는 경제학방법론의 영역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두 번째 갈래에 집중해서 경제철학과 경제학방법론을 모색한다. 이런 모색에 따른 집필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학 연구가 관찰과 측정을 통한 실증분석에 지나치게 몰입되면서, 관찰과 측정 전에 이루어져야 할 사유가 빠져있다. 구체적으로는 실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재의 그림자를 생산한다. 그래서 경제학에서 언어의 통일도 개념 설정도 아직 되어 있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철학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은이는 경제철학적 사유에 도움이 될 경제철학 입문서를 집필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경제학 학문 후속 세대가 경제학을 효율적이고 깊이 있게 공부할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둘째, 경제학이 진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여러 경제학파의 방법론을 설명하며, 이들 경제학의 문제점을 경제적 이성의 한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학파마다 공유한 개념 설정이 달라서 경제학 속에 공동의 지향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현재의 경제학 수준에서 우리가 할 일은 공유된 개념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학파 간에 연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어떤 특정 학파도 완전한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는 다원주의적 방법론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학파 간의 배타성을 완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셋째, 경제학의 수학 과몰입의 문제점을 확인한다. 수학의 사용은 경제학 연구에 유용하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분석은 대개 변수 간의 상관관계 분석에 집중되어 있다. 상관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추하기 위해서는 고립된 원자의 세계, 즉 닫힌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현상은 개방적이고, 변화하고, 상호작용하며 연관된 열린 시스템이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이 경제학을 현실과 괴리되게 하는지를 밝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넷째, 어떤 방법론이 바람직한지 생각하게 하는 책을 집필하려고 한다. 모든 연구자는 기존의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서만 자신의 철학적 기반을 가질 수 있다. 연구자가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경제학이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여 진정 과학적인 경제학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새로운 경제학에 대한 비전과 집필 방향에 맞추어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경제학의 대답을 듣는다. 그리고 이 대답을 다시 살펴보며 새로운 해답을 찾아간다.
? 경제학은 경제적 사실을 확인하고, 경제적 현실을 이해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 경제학은 관찰하고 측정하고 실험할 수 없는 대상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가?
? 주관적 관점을 가진 연구자에게 객관적 지식의 생산은 가능한가?
? 경제학은 과학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애초에 불가능한가?
? 경제학적 지식은 어떤 기준으로 과학적이라고 인정받는가?
? 자연과학 방법론으로 경제학 연구하는 것은 가능한가? 옳은가?
? 경제학파들은 왜 다른 경제학방법론을 사용하는가?
? 주류경제학의 방법론은 무엇이 문제인가?
?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시대에 인과율을 넘어선 경제학방법론은 무엇인가?
? 인공지능의 시대에 경제학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과학철학을 소개하고, 논리적 추론을 설명하며, 과학철학의 유산을 검토한다. 그리고 근대경제학의 다양한 경제학파의 경제학방법론을 설명한다. 아울러 현재 경제학방법론을 보완하려는 등장하려는 경제학의 새로운 방법론을 살펴본다. 이 책은 총 4부 2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른 책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Ⅰ부에서는 경제학방법론의 기초를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은 경제학방법론의 전개과정과 경제철학이다. 1장에서는 철학과 과학 그리고 경제학의 관계를 알아보고, 2장에서는 논리적 추론과 경제학 연구의 진리성 확보 방법에 관해서 설명한다. 3장에서는 과학철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상적 갈래를 설명한다. 이를 기초로 하여 4장에서는 사회과학방법론의 전개과정을 살펴보고, 5장에서는 이 책의 주제인 경제학방법론의 전개과정에 대해 살펴본다.
Ⅱ부에서는 경제학방법론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철학적 기초를 알아본다. 6장에서는 칼 포퍼의 반증주의와 비판적 합리주의를 설명하고, 7장에서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론과 정상과학론을 살펴본다. 8장에서는 임레 라카토슈의 연구프로그램론을 설명하고, 9장에서는 폴 파이어아벤트의 반(反)방법론, 10장에서는 래리 라우단의 연구전통에 대해 알아본다. 11장에서는 로이 바스카의 비판적 실재론에 대해 살펴본다.
Ⅲ부에서는 각 경제학파의 경제학방법론을 살펴본다. 12장에서는 고전파경제학과 신고전파경제학의 경제학방법론의 특징을 설명하고, 주류경제학의 방법론을 확인한다. 13장에서는 역사학파 경제학의 방법론을 살펴보고, 14장에서는 맑스경제학의 방법론을 설명한다. 15장에서는 케인즈의 경제학방법론을 살펴보고, 16장에서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방법론을 확인한다. 17장에서는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의 방법론을 설명하고, 18장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여성주의 경제학의 방법론을 설명한다.
Ⅳ부에서는 현재 새롭게 등장하는 경제학방법론을 소개하고 대안적 경제학방법론의 가능성을 논의한다. 19장에서는 계량경제학의 방법론을 살펴보고, 현재 계량경제학이 과학성을 확보하려고 제시하는 대안을 살펴본다. 20장에서는 질적 연구방법론에서 최근 경제학에서도 관심을 받는 근거이론, 사례연구, 구술사적 접근, 수사학적 경제학 등을 통해 대안 가능성을 논의한다. 21장에서는 주류경제학의 방법론적 변화와 확장을 게임이론, 실험경제학, 행동경제학, 복잡계경제학, 신경경제학의 방법론을 통해 살펴본다. 마지막 22장은 다원주의 경제학방법론을 살펴본 후 대안적 경제철학과 경제학 방법론의 조건을 제시한다.
이 책의 집필은 과문한 지은이에게는 벅찬 작업이었다. 이미 자리 잡은 용어와 학문적 유산을 재정리하여야 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덕목에 따라 다시 자리매김해야 했다. 엉클어진 세계의 질서를 잡고 그 질서를 언어로 다시 정리해서 체계를 세우는 일은 자주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경제학파 사이에 다른 개념과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종종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은이는 어떤 것이 대안이라고 분명히 말하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등장할 대안적 경제학방법론의 마중물 역할을 할 요량으로 책을 완성했다.
학문이 주어진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해석해야 위기에서 세상을 구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계몽의 근대를 열면서 채 정리되지 못한 구시대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새 시대의 혼돈 속에 새 시대의 청사진을 근대경제학이 제시했듯이, 혼돈의 시대에 비전을 제시할 대안경제학이 소통하며 연대하고 다시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등장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니 먼저 구시대의 경제적 이성을 해체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자.
미련한 탓에 끝을 맺고 붓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출판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책 출판을 해주신 박영사의 안상준 대표님과 이 졸고를 멋진 책으로 만들어 주신 편집부의 전채린 차장님과 그리고 그 외 관계자분에게 지은이의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4년 가을이 오는 서석골에 앉아 무등(無等)을 바라보며
지은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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