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중판발행 2024.05.30
초판발행 2022.05.10
제 직업은 연구자입니다. 공공부문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자, 즉 흔히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직업으로 분류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10여 년간 쭉 한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해왔죠. 2년 전 비로소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다른 직업을 알고 내면의 비명을 질렀습니다. 대체 왜 이제야 이런 직업도 있는 걸 알게 된 거냐고. 다년간 진로와 직업 분야의 연구를 해왔는데도 그토록 늦게야 정말 하고 싶은 직업을 알게 된 것이죠.
그때까지 연구자라는 직업이 저에게 최선인 줄 알고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선이 아닌 차선이었습니다. 저의 직업 세계관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좁았고, 직업을 연구하면서도 모르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저를 위한 최선이 존재한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죠. 제한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너무 일찍 진로를 택했고, 한 우물만 팠고, 그 길에 안주한 결과였습니다.
제가 지금의 진로를 선택한 것은 막 10대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학부모 대상 강의에서 저의 진로 사례를 얘기하면 많은 분이 감탄하시곤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일찍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냐며, 저의 부모님은 어떻게 저를 교육하셨냐면서요.
하지만 빠르게 진로를 선택했다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린 나이에 진로를 결정한 만큼 다른 분야에 대해서 고민해 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한 길만 보면서 걸어왔으니까요. 다행히 일이 잘 풀려서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긴 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오직 한 가지 진로만 생각하며 공부해 온 저에게 길이 열리지 않았다면요? 모범생으로 살며 대학에 입학해서 석박사 학위까지 받고 난 뒤, 그제야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갈팡질팡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겠지요.
운이 좋아서 처음 선택한 진로대로 직업을 갖게 됐지만 결국 정말로 하고 싶은 일, 열의를 갖게 하는 직업은 따로 있었습니다.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 과감히 현재를 내려놓고, 새로운 꿈을 따라갔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없었습니다. 안정적인 현재를 버리지 못했고, 지금의 나이에 그 직업을 갖기 위한 신체 능력을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늦게 찾아온 깨달음을 아쉬워하면서 저는 다음 생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꼭 그 직업을 가져보겠다고 말이죠. 제가 믿는 종교에서는 윤회를 믿지 않지만, 다른 종교의 믿음을 빌려서라도 다음 생을 기약할 만큼 제 아쉬움은 컸습니다.
비록 저는 이번 생의 꿈을 접었지만, 어린이, 청소년, 청년층, 새로운 진로에 도전할 용기를 가진 사람에게는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저처럼 미처 알지 못해서, 늦게 깨달아서 그 기회를 잡지 못하는 사람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접어야 했던 꿈을 포함해서 흔히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이색직업 101개와 현대의 이색직업 101개, 독특한 경로로 진로를 찾은 사람들의 사례 11개가 이 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에 담긴 내용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차선을 최선이라고 착각하지 않고, 진정한 최선을 찾아가는 계기를 얻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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