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행정학, 정치학, 정책학 주변을 배회하면서 주로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 특히 시민참여의 문제를 다루어온 저자가 대안관광을 학술적 연구의 대상으로 추가하여 다루게 된 현실적인 동기였다. GATN의 구상이 지향하는 목적 가치에 충실한 양식으로 사업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YMCA 운동의 일선에서 GATN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현장 실무자들을 교육 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지난 10여 년간 사회참여 관광으로서의 GATN을 이론화하고 이를 운동 현장의 실무자들과 세미나를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저술되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것 가운데 하나가 대안관광을 대체로 사회참여 관광과 특수목적 관광으로 구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토대로 이 책에서는 제1편 사회책임 관광과 대안관광에서 사회운동(제1장), 자원봉사(제2장), 시민외교(제3장)로서의 대안관광을 다룬다. 제2편 특수목적 관광으로서의 대안관광에서는 주로 후기 근대 관광(제4장), 지속가능관광(제5장), 환경관광(제6장)을 논의하고자 한다.
책 속으로
제1장
사회운동으로서의 대안관광
I. 서론
지구화 시대의 도래는 대중관광(mass tourism)에게 있어 기회이자 동시에 위험이기도 한 이중적 성격을 지녔다. 국가 간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인구의 이동이 보다 빈번해지며 보다 다양한 지역으로의 여행이 늘면서 대중관광은 획기적인 발흥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런 대중관광의 획기적인 확산은 적지 않은 문제를 낳았다. 보다 빈번한 교류와 접촉이 일어나면서 서로 다른 지역 간의 문화적 동형화가 촉진되고 그로 인해 방문지지역사회의 문화 정체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빈발하며, 주로 서구인의 이동이 활발하다는 점에서는 서구문화 편향적인 지구문화(global culture)로 흡수, 통합될 위험성이 적지 않게 되었다. 이렇듯 문화적 다양성이 축소되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볼거리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키면서 대중관광에 대한 수요 자체를 낮추게 된다.
정보사회로의 진입은 공간 원격화와 장소 귀속성을 탈피할 수 있게 하면서 시간의 분절이 가능해지고 그 결과 취미와 여가를 위한 인구의 이동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그 결과 기후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 변화된 기후로 인해 폭우와 산성비 등이 빈발하면서 문화유산의 수몰이나 훼손이 심화될 것도 물론이다. 이는 대중관광이 불러오는 환경파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대량처리 시스템에 의존하는 대중관광산업은 대형 유락시설이나 호화 리조트의 건설을 촉진하고 종당에는 해당 지역의 생태파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종의 파괴나 산림의 훼손 등을 낳아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의 유지를 어렵게 한다.
대중관광의 위기는 관광산업이 이윤 추구적이라는 데에서도 비롯된다. 경제활동의 범지구화로 인해 보다 치열해진 기업 환경은 관광업계로 하여금 이윤 극대화에 매진하도록 촉구하는 성질을 지녔다. 이로 인해 초과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진다는 이유로 관광 프로그램의 운영 과정에 대한 주민참여를 외면하거나 폐쇄적인 의사결정과정을 유지하는 경우, 지역 정주적이며 지역 친화적인 관광산업의 발전은 어렵게 된다(Suresh,2005: 8-9). 지역적 토대를 상실한 관광산업이 오래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단순 이익의 극대화에 열중할 경우 지역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지급, 미숙련 노동자 고용, 여성과 청소년 착취, 원주민이나 사회 하층민의 강제이주 등 인권유린도 서슴지 않게 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매우 높은 수준의 경제누수율(highrate of economic leakage)을 불러오기도 한다(Suresh, 2005: 8). 지역경제의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서 지역경제의 일극화 내지는 불균형 성장을 낳고 이는 다시 대외의존형 경제체제로의 편입을 촉진하게 된다.
확장 일로에 있는 대중관광은 지역사회의 문화, 사회, 환경, 경제 등의 지속가능성을 유린하면서 종당에는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부정하는 존재구속적 자기모순에 빠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코 지속가능한 대중관광산업을 기대할 수 없다(Serrano & Carranza, 2005: 6). 이런 인식은 대중관광에 대한 대척점에서 대안관광(alternative tourism)을 모색하도록 유도하는 결정적인 동인이 되었다. 그러나 대안관광은 대중관광의 어떤 점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실로 다지다양한 의미와 차원을 포괄한다.
대안관광은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Beck, 1992), 자의식 관광(ego-tourism)(Scheyvens, 2002), 신도덕 관광(new moral tourism)(Butcher,2002), 환경친화적 관광(eco-tourism)(Nowaczek, 2010), 신종족(new tribes)(Maffesoli, 1997) 내지는 이들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신관광(newtourism)(Poon, 1993), 후기 관광(post tourism)(Urry, 2002) 등 실로 다양한 개념들을 총칭하는 것일 뿐 아직 어떤 정련된 이론의 틀에 따라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여기에 더해, 대안관광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관광 또는 대안관광이 일반적으로 관광객, 방문지 지역사회, 관광을 주선하거나 중개하는 매개기관에 의해 구성된다고 할 때, 주로 앞에서의 두 구성요소에 대한 논의가 대종을 이룰 뿐 나머지 변수에 대한 논의는 거의 외면해 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이 관광객의 어떤 동기에 의해 추동되면서 관광의 전개 과정을 거쳐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일련의 행위 양식이라고 할 때 개인 차원의 동기나 방문지 지역사회 차원의 목푯값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논의가 이뤄졌지만 양자를 연결하는 관광의 매개 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개진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관광과 사회변동의 관계에서 후자를 전자의 소극적 결과물 내지는 부산물로 보려는 시각은 적지 않지만 관광을 사회변동의 적극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대처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시민사회의 형성과 함께 국경을 넘는 사회운동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해외관광 또는 국경을 넘는 여행을 방문지 지역사회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기회 또는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예컨대 국제 NGO로서의 YMCA는 이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있어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런 현실 인식과 문제의식을 토대로 이 장(章)에서는 관광객과 방문지 지역사회 사이를 잇는 관광의 전개 과정을 관광의 매개기관 내지는 주선자를 중심으로 사회운동론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고자 한다. 그 결과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사회운동을 조장, 지원하고자 하는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과연 사회운동으로서의 대안관광을 중개하거나 조직하는 매개기관으로서 적합한 조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날의 지구촌은 후기 근대의 사회적 수요와 특성에 따라 재구축 또는 역분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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