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도시는 용광로(melting pot)이다. 사람과 재화가 집중하고 각종 도시 활동이 펼쳐져 사람. 재화. 활동이 혼합 융해되면 도시는 예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체로 바뀐다. 생명력이 왕성하면 도시는 크게 번성한다. 생명력이 쇄락하면 도시는 힘을 잃고 종국에는 사라진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산업화를 선도한 서구의 여러 나라는 지난 2백여 년간 각종 주요산업을 일으킨다. 오늘날 앞서 나가는 선진나라들에 의해 자동차(automobile), 조선(shipbuilding), 전자(electronics), 건설(construction), 석유(oil), 기계(mechanics), 의료(medicine), 방위산업(defense weapons), 교육(education), 관광(tourism) 등의 분야를 비롯하여 정보통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생명산업(bio-industry), 물류(logistics), 금융(finance), 창조(creation) 영역에 이르는 주요 핵심 산업들이 일궈져 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잘사는 나라들은 이들 핵심 산업의 대부분 내지 상당 부분에서 세계 상위권에 들어 있음이 확인된다. 잘살지 못하는 나라들은 이들 핵심 산업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상위권에 있지않음이 관찰된다.
민주화가 제대로 작동하면 도시는 큰 활력을 갖게 된다. 민주화로 사람과 재화가 거침없이 도시에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권력을 지배하는 곳에서는 사람과 재화의 유동성이 현저히 저하되어 제대로 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도시의 생명력이 크게 위축되고 핵심 산업도 일어나지 못한다. 산업화.민주화는 종국에 도시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화.민주화가 작동한 18세기 이후 유럽을 위시한 서구사회에서 입증된 바 있다. 도시화가 순방향으로 진행되면 도시는 살고 싶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 된다. 그러나 도시환경을 무너뜨리는 역방향으로 도시화가 치달으면 도시는 삶의 질을 망가뜨리는 나쁜 곳이 된다.
도시화는 촌락에서 도시로 인구가 집중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18세기 이후 도시인구의 성장은 총인구의 성장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세계인구 중 10만 명 이상의 도시인구비율은 1800년에 2% 전후에 불과했다. 그 후 도시 인구는 서서히 늘어나다가 1950년대를 전환점으로 급속히 증가된다. 유엔은 2015년 세계의 도시화율을 54%로 집계하고 있다.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의미다. 유엔은 2050년에 이르러선 세계인구의 약 7할이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나라는 서구에서 2백여 년간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해방 후 70여년 만에 달성해 내는 놀라운 추진력을 발휘한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화 양상에서는 흥미로운 점이 관찰된다. 우리나라는 1960년 전후까지 도시화율 30%대로 도시화 곡선(urbanization curve)의 초기단계(initial stage)에 머무른다. 그 후 약 30년간 도시화는 급격히 가속화되면서 1990년 전후에 도시화율이 80% 가까이 다다랐다. 1990년 이후 도시화율은 80%대에서 조금씩 증가하는 종착 양상(terminal stage)을 보이고 있다. 도시화율 80%대는 산업화.민주화가 거의 완성된 서구 일부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수치상 우리나라도 이에 해당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급격한 변화다.
도시에 인구가 급격히 집중하면 일자리.주택. 생활환경 등을 합리적으로 디자인해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필요성이 크게 대두된다. 더욱이 급격한 도시화를 순방향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도시의 하부구조(infrastructure)가 충실하게 받쳐줘야 한다. 이를 통해 도시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것이다. 청명한 하늘아래 맑은 공기로 숨 쉬고 깨끗한 물을 마시며 풍요롭게 사는 친환경의 도시는 모든 사람의 로망이다. 도시에 살든 비도시에 살든 평범한 보통시민이 행복하게 함께 어울려 살려면 서로 균형 발전하자는 형평성(equity)의 마음이 요구된다. 이런 논리적 패러다임에 기초한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현대 도시의 관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선진화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한다.
선진화된 도시는 기본적으로 어느 특정한 학문 분야의 관점에서 도시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선진화된 도시는 그 도시의 역사와 지리, 도시민의 종교와 관습 등의 생활양식을 밑바탕으로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여러 내용이 녹아 융합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1세기의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학문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도시의 이해 5판에서는 여러 학문분야가 골고루 참여하여 도시를 이해하고 해석해 보고자 기획했다. 도시를 주요하게 연구하는 도시지리학, 도시계획학, 건축학, 도시행정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작에 참여했다. 본서에서는 구체적으로 도시의 함의(권용우 성신여대 명예교수), 도시와 사회이론(전상인 서울대 교수), 도시문화와 도시브랜드(김세용 고려대 교수), 도시규모와 중심지 이론(권용우 교수, 전경숙 전남대 교수), 도시내부구조와 도시기능(김대영 인하공업전문대 교수, 정수열 상명대 교수), 대도시지역과 그린벨트(김광익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박지희 성신여대 강사), 도시와 재정(우명동 성신여대 교수), 도시와 경영(오세열 성신여대 교수), 도시와 교통 혼잡(황기연 홍익대 교수), 정보도시와 정보통신산업(이상호 한밭대 교수), 창조도시와 창조경제(손정렬 서울대 교수), 도시계획과 도시재생(이재준 수원시 부시장, 최석환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 도시와 도시행정(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 건강도시와 건강도시 만들기(김태환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해발생과 도시방재(강양석 홍익대 초빙교수), 도시 관리와 GIS(최봉문 목원대 교수) 등의 내용을 다루면서 도시의 다학문적 이해를 도모하고 있다.
본서의 저작과정에서 권용우 교수, 김세용 교수, 박지희 박사 등께서 헌신적으로 편집을 진행해 주었다. 편집위원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성균관대 어학원의 남선애 강사와 수원 마을 르네상스 센터 박예진 연구원이 원고의 교정을 맡아 주었다. 고마움을 표한다. 특히 본서의 출간을 흔쾌히 맡아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과 정교하게 편집과 교열을 진행해 준 배근하 선생님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2016년 2월
저자대표 권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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