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2차 개정판) 두 개의 스페인
스페인을 정열의 나라, 투우와 플라멩꼬의 나라, 태양과 해변의 나라로만 바라보는 낭만적 인식은 잠시의 여유를 즐길 관광 목적이 아니라면 이 나라 이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2부 ‘현대 스페인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대폭 개정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의 양면성을 두로 살펴보고자 시도했다. 초판과 1차 개정판에 포함되었던 일부 내용은 시의성을 고려해 삭제했고 새로운 내용들을 추가했다. 1부 ‘화두로 읽는 스페인 역사’도 내용을 보완하고 2부와의 연계성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과거는 현재적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되는 것이다. 1부와 2부 모두 열독해 주실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책 속으로
Ⅰ. 땅끝 마을, 스페인
1. 첫 스페인 사람들 – 알타미라 동굴의 들소
스페인에는 건국신화가 없다. 신화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스페인은 민족 개념이 희박하고 개방적인 나라라는 점을 말해준다. 실제로 스페인은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스페인은 이베리아 반도를 거쳐 간 수많은 인종들, 즉 이베로족, 셀따(켄트)족, 그리스인, 페니키아인, 카르타고인, 로마인, 유대인, 게르만족, 아랍인, 그리고 아메리카인 등이 섞이면서 형성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스페인의 정체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스페인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은 1898년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98세대’의 지식인·작가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 지식인들의 화두가 되어왔다.
굳이 따지자면 스페인 정체성의 열쇠는 북부 깐따브리아 지방에서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1897년 한 아마추어 고고학자와 그의 어린 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동굴에는 약 14,000년 전 구석기 시대의 들소, 사슴, 말 멧돼지 등이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다. 그림을 그린 사람들은 당시 이베리아 반도의 주인이자 현생인류의 시조라고 알려진 크로마뇽인들이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굴 벽화는 인류학적으로 귀중한 보물이자 인류 예술의 기운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알타미라와 그 주변에서 발견된 동굴 예술은 깐따브리아 산맥을 따라 형성된 막달레나 문화의 산물이다. 그 시기는 빙하기 말기인 기원전 1만 6천년에서 기원전 1만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타미라 동굴이 발견된 지 1세기 후 또다시 놀라운 발견이 있었다. 부르고스에서 가까운 아따뿌에르까 마을의 여러 석회암 동굴에서 일찍이 유럽에서 가장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 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알타미라와 아따뿌에르까 유적은 이베리아 반도에 이미 오래전부터 살았던 사람들의 존재를 증명해 주고 있다. 이 땅에는 오래전부터 북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지중해를 통해 수많은 이주민들의 행렬이 그치지 않았다. 이베리아 반도에 대규모 이주가 시작된 것은 기원전 3천년경의 신석기 시대이다. 그러나 이미 기원전 6천년경 이베리아 반도에는 농업과 목축을 통해 이룩한 신석기 혁명이 일어났고 기원전 3,500년 전에는 토기를 제작했으며 마을을 방어하는 성을 쌓았다. 이는 인구 증가와 함께 많은 분쟁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기원전 2천년경, 청동기 시대가 개막할 즈음 많은 마을들은 군사적 방어를 위해 높은 지대 자리를 잡는다.
기원전 1,600년경 남쪽에서 바다를 건너 이베로 부족이 이주하였다. 이들에게서 이베리아 반도의 이름이 비롯된다. 이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학자들은 지중해 해변을 따라 반도로 들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들이 원래 이베리아 반도에 살던 원주민이었으며 인도유럽어를 사용하지 않는 언어적 특성으로 볼 때 바스크 민족의 선조일 수 있다는 학설도 나오고 있다. 온순하고 평화로운 농경민족인 이베로인들을 주로 남부와 지중해변에 거주했다. 이들은 금광과 은광을 개발하고 지도자들은 보석으로 치장한 옷을 입었다. 또한 페니키아에서 비롯된 알파벳을 사용했다고 알려지지만 아직 해독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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