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 책은 1870년부터 1930년까지 미국 역사를 10년 단위로 나누어 각 시대를 특징짓는 역사적 사건을 포착하고 이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미국드라마를 선정해 지면과 무대에서 이 문학텍스트가 당대 시대적 맥락과 조우, 소통하는 양상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기술한다. 시대를 대표하는 극문학 텍스트 선정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된 기준은, 한국 영문학계에서 좀처럼 다루어지지 않은 미국드라마 중요 정전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이 소개하는 여덟 편의 미국드라마 및 이에 대한 비평적 분석은 은 한국 영문학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영문학도들에게 새로운 대상 텍스트와 이에 대한 학술적 글쓰기 사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미국드라마 연구에 있어 문학 텍스트와 문화사적 컨텍스트 사이의 ‘간극읽기’라는 새로운 연구방법론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는 최근 인문학계에서 요구되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 및 통섭(consilience) 연구의 실증적 방법론 제시라는 점에서도 가치 있는 저술이 될 것이다.
이 책을 구성하는 여덟 개 장은 필자가 수년에 걸쳐 학술지에 게재한 개별 논문들을 취합, 번역, 수정하여 엮어낸 것이다. 개별 논문을 <드라마에 비친 미국>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묶어냄으로써 1870년대 남북전쟁에서부터 1930년대 경제공황까지 미국의 문화사를 문학과 접목한 입체적 관점에서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기회를 마련한 점은 본 저작의 일차적 성과라 하겠다. 각 장마다 학술지 논문에는 없었던 화보자료를 삽입하였는데, 이는 해당 문학텍스트와 문화사적 맥락의 연결고리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서문]
미국연극사학자 윌머(S. E. Wilmer)와 윌메스(Don B. Wilmeth)는 그들의 공저 『연극, 사회, 국가: 미국 정체성의 무대화』(Theatre, Society and the Nation: Staging American Identities, 2002)에서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연극과 극문학이 갖는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다. 그들에 따르면 연극은 한 사회의 정치 환경의 변화 및 국가·문화 정체성과 관련된 담론이 형성되고 재편되는 역사적 순간들을 포착하고, 나아가 당대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방향을 가늠케 하는 시금석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전제로, 윌머와 윌메스는 건국의 시대에서 시작해서 서부개척 시대와 시민운동 시대를 거쳐 뉴밀레니엄으로 일컬어지는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문화사적 맥락 속에서 각 시대의 연극과 극문학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탐구한다. 아울러, 각 시대의 관객 대중이 사회의 거울인 연극과 극문학을 통해 당대의 현실과 직면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표출하는 양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주목할 것은 윌머와 윌메스가 연극과 극문학을 바라보는 입장이다. 이들은 연극과 극문학을 전적으로 엔터테인먼트 혹은 문학 장르로 취급했던 전통적 시각에서 탈피하여, 연극과 극문학에 ‘사회적 유용성’이라는 새로운 기능성을 부여한다. 즉, 연극과 극문학을 일상의 노동과 스트레스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하룻밤의 여흥거리 정도로 취급한 것이 지금까지의 시각이었다면, 윌머와 윌메스는 연극과 극문학에서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효용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들을 자주 듣게 된다. 실용적 가치가 삶의 지배원리가 되어버린 작금의 세태 속에서 실용성과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인문학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학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니 통섭(consilience) 연구니 하는 기치와 방향성은 인문학의 고유영역들이 실용성의 측면에서 자생력을 상실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방증이겠고, 또 이러한 딜레마로부터 벗어나 협력이라는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생존해보고자 하는 자구책 모색 노력의 피력이라 하겠다. 이 지점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있다. 과연 인문학은 특히 문학은 실용성에 있어서 빵점짜리 학문이라는 오명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본 저작은 애초 이러한 의문에서 처음 기획되어졌고, 서두에 언급한 윌머와 월메스가 연극과 극문학을 바라보는 통찰력 있는 시각에서 힌트를 얻어 수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본 저작은 영문학자이자 연극사학자로서 필자가 평소가 품고 있던 질문, 즉 연극과 극문학이 엔터테인먼트와 문학이라는 고유 성격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와 소통하는 기능체가 될 수는 없는지, 나아가 관객과 독자가 사회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매개체로 활용됨으로써 사회적 유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필자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다. 여기에 윌머와 윌메스의 방법론을 ‘임상적’으로 적용하고 대입시킴으로써 이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1860년부터 1930년까지 미국 역사를 10년 단위로 쪼개 8개 부분으로 나누고 각 시대를 특징짓는 역사적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리고 각 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극문학을 선정해 지면과 무대 영역을 통해 이 문학텍스트가 당대의 시대적 맥락과 어떻게 조우 혹은 소통하고 있는지 문화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기술하였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극문학 텍스트 선정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된 기준은, 한국 영문학계에서 좀처럼 소개되거나 다루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해당 극문학 텍스트에 대한 비평적 분석은 한국 영문학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들이다. 요약하면, 이 책은 한국의 영문학도들에게 새로운 문학연구 대상 텍스트와 이에 대한 학술적 글쓰기 사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겠다. 아울러, 이 책은 미국드라마 연구에 있어서 문학 텍스트와 문화사적 컨텍스트 사이의 ‘간극읽기’라는 새로운 연구방법론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문학과 문화사간의 학제간 및 통섭 연구의 실증적 방법에 대한 예시라는 말로 가름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구성하는 여덟 개의 장은 필자가 수년간 연구를 통해 국내 학술지에 게재했던 개별 논문들을 취합하고 수정하여 엮어낸 것이다. 개별 논문들을 ‘드라마에 비친 미국’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묶어냄으로써 1860년대 남북전쟁 시기에서부터 1930년대 경제공황 시기까지 미국의 역사를 문학과 문화사를 넘나드는 입체적 관점에서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은 이 책의 일차적 성과라 하겠다. 아울러 각 장마다 학술지 게재논문에 없었던 화보자료를 삽입하였는데, 이는 해당 극문학과 문화사적 맥락 간의 연결고리를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 차원에서 의도된 것이다. 여덟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영문학 관련 학부 및 미국드라마를 전공하는 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교재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지닌다. 각 장은 해당 극문학 텍스트의 강독 및 토론을 포함하여 2주 분량의 수업보조 자료로 활용되어져, 전체적으로 16주 수업의 분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수업 운영상의 형편과 필요에 따라 일부 장을 취사선택해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영문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한 미국문화사 교양서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언급한 화보자료와 함께, 해당 극문학 텍스트 및 문화사적 사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주해는 미국문화사에 대한 일반 독자대중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영문학 전공자와 일반대중 모두가 지식습득의 기쁨과 함께 미국문화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강의와 연구로 바쁜 속에서도 물심양면 내조를 아끼지 않는 주현, 그리고 해맑은 웃음과 특유의 명랑함으로 집필 작업에 힘을 보태준 가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왕산 연구실에서
박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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