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디지털 인문학이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이와 관계된 창조적인 저작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인문학의 주제를 계승하면서 연구 방법 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 그리고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시도할 수 있게 된 새로운 성격의 인문학 연구를 포함한다. 단순히 인문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자료를 디지털화 하거나, 연구 결과물을 디지털 형태로 간행하는 것보다는 정보기술의 환경에서 보다 창조적인 인문학 활동을 전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소통시킴으로써 보다 혁신적으로 인문지식의 재생산을 촉진하는 노력 등이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조어의 함의라고 할 수 있다.
책 속으로
『디지털 인문학 입문』을 펴내며
디지털 인문학의 세계는 디지털과 인문학이 만나서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이다. 그 융합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 연구와 인문지식의 교육, 그리고 그 연구와 교육의 성과가 디지털 시대의 우리 사회에서 더욱 가치 있게 활용되도록 하려는 노력을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한다. 이 책은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소개와 함께 디지털 환경에서 인문지식을 배우고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려는 뜻을 가지고 쓰였다.
이 책에 담은 글의 필자들은 모두 철학, 사학, 문학 등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분야를 연구 이력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시기의 빠르고 늦음은 있지만, 우리의 학술 활동이 나날이 디지털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는 세상의 변화와 무관할 수 없음을 체감하고, 그 틈새를 좁히는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디지털 기술을 데이터 정리나 저작물의 편집에 소용되는 유용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였지만, 그 기술의 확산에서 파생되는 현상이 인문학의 이름으로 관심을 두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면서 인문학과 디지털은 서로를 소재나 도구로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융합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상당수의 인문학 연구자들이 그와 같은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디지털 시대에 의미가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인문학 연구를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조어도 그와 같은 실험적인 노력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이론으로만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의미를 갖는 무엇인가를 해내는 실천적인 노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인문학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 세계에서 요구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 사회의 인문학 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디지털 기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디지털 원어민’ 세대이다. 이들이 인문지식을 공부할 때 상당 부분 디지털 환경을 그 지식의 획득 경로로 삼고 있다.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이미 만들어진 지식의 데이터를 ‘읽는’ 것은 이미 이들에게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인문지식의 학습을 통해 얻은 결과나 창조적인 응용의 성과를 디지털 세계에 다시 되돌리는 일은 그 방법을 배우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관심을 두는 주제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인문지식의 데이터를 ‘읽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문학적 탐구의 과정과 결과를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인문적인 것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인문학 공부와 연구를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욱 새롭고 의미 있는 인문지식 데이터가 디지털 세계에서 풍성해지는 것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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