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 극작 경력초기, 이른바 습작기에 집필 되었지만, 두 개의 플롯을 정교하게 짜 맞추고 극중극 장치를 더해 주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주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기법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희극적 천재성을 엿볼 수 있으며, 전성기 작품에서 주로 탐색되는 주제인 외양와 실제의 착각 및 간극, 꿈과 현실의 전도, 남녀 간 사랑의 본질 등도 다뤄진다. 또한 남녀간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오래되었지만’‘현대적인’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지만 현대 독자들이 보기에 상당히 불편한 문제작일 수 있다. 표면적으로보면, 말과 행동이 거칠고 반항적인 카테리나가 페트루치오의 가학적이고 터무니없는 길들이기 후에 남편 말을 잘 듣는 온순한 여성으로 변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무조건적 복종이라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꼼꼼히 행간을 읽어 보면 셰익스피어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듯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단순하고 명확하게 해석되는 극이 아니다. 카테리나의 복종과, 비앙카의 온순함, 결혼한 미망인의 적극적 구애 등 작품에서의 여성들의 행동은 전략적 선택, 위장으로 볼 수 있으며 작품은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여성의 복종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절대적 순종은 남성의 환상에 불과한 허구임을 보여준다.
본문 중에서
크리스토퍼 슬라이, 술집 여주인 등장
슬라이 : 이놈의 여편네, 가만두나 봐라.
술집 여주인 : 발에 족쇄를 차게 해 주지, 이 날건달!
슬라이 : 못된 년 보게. 슬라이 가문에는 날건달이 없어. 역사책을 뒤져봐. 정복왕 리처드와 함께 왔다 이거야. 말해 뭐하겠어. 제기랄! 될 대로 되라 그래.
술집 여주인 : 깨 먹은 술잔 값은 물어 주고 가야지.
슬라이 : 쳇! 한 푼도 어림없어. 에라, 모르겠다. 차가운 침대지만 몸 좀 데워 볼까.
술집 여주인 : 이럴 땐 방법이 있지. 경찰을 불러야겠어.
(퇴장)
슬라이 : 경찰 나부랭이들 부를 테면 불러 봐. 법대로 할 테니. 내가 꿈쩍이나 할 것 같아? 올 테면 와 보라 이거야!
술에 취한 슬라이가 위쪽 무대에서 하인들과 등장한다.
하인들은 옷, 대야, 물병, 그리고 다른 물품들을 들고 있다.
하인들 중 하나로 변장한 영주도 등장한다.
슬라이 : 제발, 싸구려 맥주 한 잔만 주시오!
하인 1 : 주인님, 고급 백포도주를 드시지 않겠습니까?
하인 2 : 영주님, 설탕에 절인 과일은 어떻습니까?
하인 3 : 주인님, 오늘은 어떤 옷을 입으시겠습니까?
슬라이 : 난 크리스토퍼 슬라이요. 나를 주인님이니 영주님이니 그렇게들 부르지 마시오. 난 평생 포도주를 마셔 본 적도 없소. 그리고 절인 것을 주고 싶으면 차라리 절인 소고기를 주시오. 어떤 옷을
입을지도 좀 묻지 말고. 난 제대로 된 외투를 걸쳐 본 적이 없고, 양말이나 신발을 제대로 신어 보지도 못했소. 아니, 사실 거의 맨발인 셈이지. 발가락이 신발 거죽을 뚫고 나와 있으니 말이오.
영주 : 오, 주님, 주인님의 헛된 망상을 멈추어 주소서.
많은 재산을 소유하셨고 높은 명성을 지닌 고귀한 가문의 훌륭한 분께서 어찌 저리 정신착란을 일으키신 답니까?
슬라이 : 아니, 나를 미치광이로 만들 작정이시오? 내가 크리스토퍼 슬라이가 아니란 말이오? 버튼히스 마을의 슬라이 영감 아들이자 행상인으로 태어났고, 후에 교육 받아 철제 솔빗을 만들었으며,
상황이 바뀌어 공연용 곰을 지키는 일도 했다가, 지금은 땜장이 일을 하지 않나 말이오. 윈콧에 있는 뚱뚱한 술집 주인 메리언 해킷에게 나를 모르는지 물어보시오. 그 여편네에게 맥주 값으로만 십사 펜스의 외상을 진 일이 없다고 하면, 난 예수님 믿는 나라들에서 제일가는 거짓말쟁이일 거요. 쳇, 난 제정신이오.
하인 3 : 아이고, 이러시니 안주인께서 애통해 하시죠.
하인 2 : 아이고, 이러시니 아랫사람들이 풀이 죽어 있죠.
영주 : 이러시니 친척들도 주인님의 기이한 광증에 겁을 먹고 여기 오길 꺼려하시는 겁니다.
아, 고귀한 주인님! 가문을 생각하십시오.
리뷰
상품평
아직 상품평이 없습니다.
팝업 메시지가 여기에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