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유럽사를 타고 흐르는 흥미로운 법 이야기
유럽 공동체를 바로 세운 질서를 찾아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어떤 법을 근거로 식민지 범위를 설정했을까?”
“과거 유럽 국가에도 원주민을 보호하는 법 제도가 있었을까?”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어떤 법을 다시 제정해야 할까?”
『법으로 보는 유럽』은 식민지배, 산업혁명, 세계대전과 같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을 따라가며, 당시 유럽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질서를 역사적 맥락과 함께 쉽게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한국외대의 두 번째 신사회계약인문사회총서이다.
이 책은 유럽의 역사에 놓인 핵심 법제들을 살펴보면서, 유럽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였으며 그들이 중요시한 가치가 무엇인지 찾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유럽 사회의 약속인 ‘법제’는 당시의 유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각이다. 이 질서와 법제들은 오랜 시간 강물처럼 흐르며 서로 연결되는 바, 이러한 연결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다. 또한 시대 변화에 따른 순서대로 내용을 배치하여, 독자들이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과거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디지털 유로화 등 유럽의 최근 이슈와 연관된 법 제도를 살펴 보고 이를 통해 유럽의 현재와 미래를 탐구할 기회를 제공한다. 근래의 유럽 소식을 기다리던 독자들, 유럽 사회의 움직임이 궁금했던 독자들이 있다면 여기 여러분을 위한 만족스러운 정보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딱딱한 법 자체만을 분석하는 재미없는 책이 아닌 세계의 역사적 흐름, 그 아래 스며들어 유럽을 이끈 법칙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유럽을 관통하는 전통적인 약속과 그 사회의 모습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유럽 사회가 변화의 모퉁이를 도는 과정에는 항상 법과 규범의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다양한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함양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본문 중에서
제3장 유럽 식민제국주의와 원주민 관련 법제
유럽 국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기 시작하면서, 원주민의 언어, 종교, 역사, 문화를 파괴하였고, 이익이 될 만한 재산, 토지, 노동력 등을 착취하였다. 그러나 일부 유럽인들은 피지배 계층으로 전락한 원주민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하였는데, 바야돌리드 논쟁(Valladolid debate)은 당시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의 관계 및 원주민의 처우에 관하여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유럽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스페인은 원주민에 대한 인식과 규율을 위한 법제를 구축하고자 하였는데, 원주민 법률 합본인 ‘스페인의 원주민 제도에 관한 법전(Recopilacion de Leyes de las Indias)’(1680)의 제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법전은 명목상 원주민을 보호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식민지에서는 제대로 준수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원주민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로 남았다.
-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 지배와 원주민 취급에 대한 논쟁 그리고 법제화
‘신대륙 발견자’인 콜럼버스(크리스토발 콜론, Christopher Columbus or Cristobal Colon)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으로 항해를 위해서 떠나기 전에도 스페인에는 원주민 관련법이 존재하였다. 당시 스페인의 원주민 법은 그들이 지배하고 있었던 아프리카 연안의 섬들이나 카나리아 제도의 상황을 반영하였다. 이후 아메리카 원주민이 그들의 노예가 되면서 원주민 개념도 확장되었다. 스페인은 ‘위탁’ 또는 ‘위임’이라는 의미의 엔코미엔다(encomienda) 제도를 기반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를 통치하였다. 이 제도는 특정인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일정 지역에 대한 통치를 위탁하면서, 이로 인한 이익을 본국에 보내도록 하는 구조를 가졌다. 이러한 통치는 원주민을 보호하고 스페인어와 가톨릭을 전파하는 책임까지 포함하는 것이었는데, 원주민에 관한 법은 이러한 식민지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관습법과 공존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스페인의 식민지 통치 방식은 점차 원주민을 억압하는 도구로 변질되어 원주민의 반란을 낳았는데, 스페인 내부에서는 이러한 사건에 비판과 성찰이 있었다. 안토니오 데 몬테시노스(Antonido de Montesinos)는 원주민을 옹호하는 일에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으며, 스페인 왕실은 그를 프란시스 수도사 알론소 에스피나르(Alonso Espinar)와 논쟁하게 하였다. 그 결과 1512년의 ‘부르고스 법’(Leyes de Burgos)이 제정되어 스페인 정착민과 원주민 사이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엔코미엔다 제도에서 통치자의 책임을 강화하여 원주민들에 대한 폭력 등을 금지하였으며, 스페인 정착민 주변에 원주민이 마을을 세우고 의식주를 해결하며 종교적 가르침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스페인의 원주민에 관한 논쟁과 그 결과로 제정된 법이 원주민들의 삶을 크게 개선하지는 못했다. 1514년 스페인은 식민 지배를 처음으로 정당화한 선언문(Menifesto)과 통고문(Requermiento)을 공표하여, 교황권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식민지의 원주민들이 스페인 왕실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는 의무를 담았다. 나아가 이 선언문은 원주민들이 권위에 복종하지 않고 생활 터전을 스페인에 양도하지 않는다면 전쟁을 통하여 그들을 노예로 삼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원주민의 인권 보호를 주장하였던 스페인 도미니크 수도회 소속의 라스 카사스(Bartolome de las Casas) 주교는, ‘서인도 제도의 파괴에 관한 약식 보고서(Brevisima relacion de la destruccion de las Indias)’를 작성하여 원주민의 비참한 현실을 국왕에게 전하였다. 국왕인 카를로스 5세(Carlos V)와 서인도위원회는 1542년 ‘신법(Las Nuevas Leyes)’을 공포하여 원주민의 노예화를 금지하며 원주민을 보호하려고 하였다. 신법은 원주민에 대한 강제 노동을 금지하면서 정당한 대가의 지급을 조건으로 노동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전의 부르고스 법보다 세밀하게 원주민 학대와 착취를 규제하였다.
스페인은 본토와 식민지를 아우르며 통합하려고 하였고, 법제화를 통해서 본토의 백성과 원주민을 모두 왕의 신민이 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원주민과 왕권의 보호를 동시에 의도했던 신법은 궁정의 목사였던 후안 히네스 데 세풀베다(Juan Gines de Sepulveda) 등 내부의 반대로 완전히 시행되지 못하였다. 그는 1547년 Democrates secundus라는 저서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를 빌려 원주민이 열등하고 비이성적 존재이므로 ‘자연적인 노예(Esclavos por naturaleza)’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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