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세계 현대연극사와 연극이론의 필수 항목이 된 서사극, 생소화 이론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는 49편의 희곡과 48편의 미완성 희곡 이외에도 2,300여 편에 이르는 시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3편의 장편 소설과 다양한 이론서를 집필했다. 하지만 이처럼 광범위한 장르를 다루었던 브레히트가 시나리오 작가로서 영화제작에 직접 참여했던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브레히트의 영화 텍스트를 읽는 독자들은 그 소재의 다양성과 엄청난 양의 영화 텍스트 작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수많은 영화 텍스트를 바탕으로 현재에도 충분히 영화로 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예를 들어 2018년에 독일에서 “매키 메서(Mackie Messer)”라는 영화로 제작된 브레히트의 시나리오 초안 『혹. 서푼짜리 영화(Die Beule. Ein Dreigroschenfilm)』가 입증해준다. 이 책에는 브레히트가 작업한 모든 영화 텍스트를 집필기간, 생성사, 작품해설을 덧붙여 소개해 두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지금까지 브레히트 문학에서 소외되었던 그의 영화 세계를 새로이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책 속으로
1부 1920년대 바이마르공화국 시기
1969년에 《브레히트의 영화(Film bei Brecht)》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이를 1975년에 책으로 출판해서 브레히트의 영화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한 볼프강 게르쉬(Wolfgang Gersch)는 브레히트를 “아우크스부르크와 뮌헨, 그리고 이후에는 베를린의 열렬한 영화 관객”이었다고 말한다. 게르쉬가 브레히트를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브레히트가 1920년부터 영화를 자주 보러 간 “영화 팬”이었기 때문이다. 브레히트가 영화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스물한 살 때인 1919년에 리하르트 오스발트(Richard Oswald)의 《매춘(Prostitution)》(1919)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다. 이후 브레히트는 1922년 초에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Das Cabinet des Dr. Caligari)》(1919), 《골렘(Der Golem)》(1920), 데이비드 워드 그리피스(David Ward Griffith)의 《국가의 탄생(Geburt einer Nation)》(1915)과 《풍운의 고아들(Zwei Waisen im Sturm der Zeit)》(1922)과 같은 영화들도 꾸준히 보러 다녔다. 이러한 브레히트의 영화 관람 사실과 아울러 브레히트가 영화작업을 처음으로 계획한 시기도 1919년과 1920년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이유는 1920년대 들어서 완성도 높은 원고가 단기간에 생산되었고, 특히 이 시기에 브레히트가 영화배우이자 오페라 가수인 마리안네 초프(Marianne Zoff)와 사귀게 되자 몇 가지 영화 구상에서 그녀를 배우로 기용할 계획도 세우고, 영화 프로젝트로 자신의 애정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브레히트의 시나리오 작업은 평생 지속되지만 아쉽게도 거의 미완성으로 남게 된다.
1920년대 초반에 브레히트는 피부 크림, 카카오, 담배, 비누와 관련된 짧은 광고 동영상들을 제작하는데, 이 자료들은 베를린에 있는 브레히트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다. 브레히트가 초기 단계에 계획한 영화 구상들에는 《비누(Seife)》(1921)와 같은 광고 영화 외에도 그 당시에 유행하던 탐정과 범죄 이야기를 주제로 한 비교적 완성도가 높은 시나리오들인 《자메이카 바의 미스터리(Das Mysterium der Jamaika-Bar)》(1921)와 《다이아몬드를 삼킨 자(Der Brillantenfresser)》(1921), 그리고 《탑에서의 세 사람(Drei im Turm)》(1921)과 《아순시온섬에서의 모험(Robinsonade auf Assuncion)》(1922)이 있다. 이후 브레히트는 뮌헨과 베를린을 오가며 드라마 집필과 공연에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1923년에 베를린에서 만난 영화감독 에리히 엥겔(Erich Engel)과 배우인 카를 발렌틴(Karl Valentin)과 함께 영화 《어느 미용실의 미스터리(Mysterien eines Frisiersalons)》를 제작하게 되는데 이때 시나리오를 썼다고 전해온다. 그로부터 2년 후에 브레히트는 흥미로운 주제의 《벌레와 위대한 남자(Der Wurm undder grosse Mann)》(1925), 그리고 실제 사실을 토대로 한 《1917년 3월 12일, 파리에서의 무용수 마타 하리 총살(Die Erschießung der T?nzerin Mata Hari zu Paris am 12. M?rz 1917)》(1926)이라는 영화를 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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