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세계로 떠나는 인문학』은 교육부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원한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CORE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인문학 지역확산사업의 성과물로, 이 기간 동안 저자 11인은 용인시에 소재한 동백도서관, 기흥도서관, 수지도서관, 흥덕고등학교, 구성고등학교, 모현초등학교, 용인시 도시공사 그리고 서울 동대문구 및 대광고등학교 등에서 인문학 기획 특강을 진행했다. 즉 이 책에는 이 기획 특강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문적인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강한 교수들과 달리 이 책의 저자들은 전문적인 연구와 대중을 위한 저술을 동시에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부터 원효대사, 그림 동화, 도스토옙스키, 괴테, 그리스 고고학, 르네상스, 태국 문화, 한국 동립운동, 콜럼버스, 러시아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까지. 인문학에 입문하기에 가장 적절한 책이다.
책 속으로
그런데 인문학의 위기와 철학의 위기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철학은 인문학에만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은 자연과학과 함께 발전해 왔고 지금도 자연과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게 논리학과 수학이 철학에 의해 발전했다는 점을 기억해 보라! 따라서 철학을 오직 인문학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철학에 대한 분명한 오해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너무도 넓게 퍼져 있다.
-24쪽, 「철학은 인문학일까?」-
소녀는 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사춘기의 방황을 끝낸 아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소녀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사춘기의 아이들은 말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자기 세계에 몰입하기 때문에 주변 세계와 소통이 단절된다. 그러나 이 단계가 지나면 아이는 다시 내면의 균형을 찾게 된다.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연결되고 외부 세계와 내면의 세계가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렇게 아이는 현실에 다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66쪽, 「동화와 정신분석」-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괴테의 그림들은 다양한 모습을 지녔다. 〈브렌너로 향하는 길목의 물방앗간과 농가〉에서는 선들이 짧고, 필치에 있어서도 통일적이지도 않은 모습을 지녔지만, 단순 소박함은 물씬 풍겨난다. 이와는 달리, 그 며칠 후에 그린 〈아디제 강변의 로베레토〉는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펼쳐진 잔선들이 제거되고, 도식적인 형태의 숲과 건물들이 특징적이다.
-112쪽, 「화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를 위한 기고」-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바른 것? 척도가 맞는 것? 균형 잡힌 것? 눈과 귀의 감각으로 감지되는 것? 진실된 것?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것? 정신적인 것? 하지만 그 어느 하나도 완전한 답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고대 그리스의 실질적 균형의 미와 이를 모방한 고대 로마의 미는 중세의 미와는 확실히 달랐다.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의 재생과 부활을 지향한 문화 운동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은 엄격한 중세와 비교할 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고 인간적이다.
-154쪽,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문예부흥」-
역사가들은 콜럼버스라는 인물의 성격에 대해 뛰어난 영웅에서 파렴치한 장사꾼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는 의심할 나위 없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항해자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천재였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탐욕스러운 제국주의자이자 실패한 경영인이었다. 또한 성경 말씀과 하느님의 섭리를 의심 없이 믿는 경건한 신앙인인 동시에 원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노예로 부려먹은 침략자였다.
-207쪽,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와 ‘아메리카의 발명’」-
서문
현재 우리 사회는 인문학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대학에서 외면받는 인문학이 대학 밖에서는 열풍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대중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에 입학할 때 학생들이 인문 계열 학과보다는 상경 계열 학과나 이공 계열 학과를 더 선호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것보다 상경 계열이나 이공 계열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취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수한 교수와 훌륭한 교육여건을 갖추고 있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좋은 대학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의 순위는 그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입시 성적으로 결정이 나는 탓이다.
이러한 상황은 안타깝게도 한 대학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우수한 대학 입시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몰리는 학과는 인기 학과가 되고 대학은 해당 학과의 입학 정원을 더 늘리고자 한다. 반면 비인기 학과는 폐과를 시키거나 입학 정원을 줄이려 한다. 유감스럽게도 대학에서 폐과가 되거나 입학 정원이 줄고 있는 학과는 대부분 인문학 계열의 학과다. 이를 두고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대학 사회에서는 여전히 돌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대학을 고등 학문 연구 및 교육 기관으로 보기보다는 취업을 준비시키는 곳으로 간주하는 안타까운 사회적 풍토로부터 나왔다고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이 대학을 벗어나면 인문학은 그렇게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이클 샌델이나 유명 인문학자의 강의가 공중파를 타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여전히 대형 서점의 한쪽을 인문학 도서가 가득 메우고 있다. 인문학이 대중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인문학자들뿐만 아니라 여러 학문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들은 전문적인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학자들은 전문적인 연구와 대중을 위한 저술을 동시에 함으로써 학문적 연구 성과를 대중과 더 많이 나눌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인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더욱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적인문학은 전문적인인문학 연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문학이 사회저변에 지속적으로 확산된다면 대학에서 학문적으로우수한 교육을 받고 고등학문을 연구한 사람들이 그에 걸맞은 사회적평가와 그 역량을 인정받을 날이 올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대학이 진정대학다워지기를 바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이 책은 교육부가 2016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지원한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CORE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인문학 지역확산사업의 성과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인문학 연구 성과를 인근지역 주민과 나누기 위해 CORE 사업 기간 동안 용인시에 소재한 동백도서관, 기흥도서관, 수지도서관, 흥덕고등학교, 구성고등학교, 모현초등학교, 용인시도시공사 그리고 서울 동대문구 및 대광고등학교 등에서 인문학 기획 특강을 개최했다. 이 책에는 용인시 동백도서관, 기흥도서관 그리고 서울 대광고등학교에서 진행한 강좌 내용이 담겨 있다. 모든 강좌를 대중인문학 도서로 출판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하며, 다음 기회에 이 책에 실리지 못한 다른 강좌들도 대중인문학 도서로 출판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문학 기획 강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기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용인시 동부도서관 산하 동백도서관 이동경 분관장님과 곽지영 사서님, 기흥도서관의 남궁봄 사서님 그리고 서울 대광고등학교 우미라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분의 도움이 너무나도 컸음을 밝히며, 이 지면으로는 부족하지만 그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연구와 강의 그리고 여러 업무로 바쁘신 와중에도 좋은 내용으로 특강을 해 주시고 출판을 위해 원고를 작성해 주신 여러 교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촉박한 출판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 책의 출판을 수락해 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3년간 지속되었던 교육부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은 아쉽게도 어떠한 후속 사업 없이 2019년 2월 말로 종료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2019년 2월 15일 용인시와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지역 독서문화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도 용인시 지역 주민을 위한 인문학 기획 강좌를 지속할 예정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으로 재정적 지원을 해 준 교육부 및 연구재단과 헌신적으로 협조해 주신 용인시 여러 지역 도서관 및 서울 대광고등학교와 특강과 원고를 주신 저자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리며, 이 책이 대학 안팎의 인문학 발전에 작은 기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2. 27
한국외국어대학교 CORE사업 부단장 권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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