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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오심

  • (주)박영사
출판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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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23,400스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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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초판발행 204.04.10

서 문

 

사법 정의는 어쩌면 국가 존립의 근간일지도 모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가 서로 지켜야 할 그리고 지키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합의한 규범을 따르고, 계약을 지키기 마련이고, 그것을 지키지 않거나 따르지 않을 때 그가 누구라도 그로 인한 손실과 손상에 비례하여 신속하고 확실하게 처벌하는 것이 바로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당연하고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게, 그것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심지어 가장 민주적이고,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은 첨단 과학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나라에서까지,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비록 약간은 기울어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사형제도의 존치와 폐지에 대한 논쟁에서 폐지론자들이 가장 중요시하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형이 폐지되어야 할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 바로 “오판”의 가능성이다. 다른 모든 범죄의 억울한 오심 피해자도 빼앗긴 시간과 고통은 결코 회복되지도 돌려받지도 못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사형의 오판, 오심은 사형 자체도 문제인데 거기에 더하여 억울하고 무고하게 오판, 오심으로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된다면 그 억울한 죽음은 어떻게 해도 회복되고 보상될 수 없지 않은가?

안타까운 것은 한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이토록 중대한 일임에도, 더구나 첨단 과학기술과 그에 힘입은 온갖 과학수사 기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도처에서 심심치 않게 이런 불행과 불상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법 정의의 실현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사법제도와 기관들이 사법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오히려 ‘오심’과 ‘오판’으로 대표되는 사법 부정의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미국처럼 유독 흑인과 가난한 사람이 무고한 오심의 피해자가 되는 확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서, 무고한 흑인 피해자를 두고는 “당신은 태어난 순간부터 유죄이다”라고 희화화하고, 가난한 사람이 무고한 오심 피해자가 되는 것을 두고는 “가난의 반대는 부자가 아니라 부정의(Injustice)이다”라고 개탄한다. 그래서 미국의 사법제도가 백인, 중산층에게는 유죄가 확정되기까지는 무죄이지만, 흑인, 가난한 사람에게는 무죄가 확정되기까지는 유죄라는 개탄의 소리가 나온다.

어쩌면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하소연할 수도 있겠지만, 사법 정의는 법과 사법제도의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에 더 가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범죄자를 신속하게 검거하여 죄에 상응한 처벌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궁극의 사법 정의이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면 설사 억울하고 무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신속하고 확실한 처벌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비록 조금은 늦어지고 일부는 놓치고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단 한 사람의 무고한 희생도 없는 사법의 운용이 우선되어야 할까? 독자들의 이해에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삼청공원 비탈길 옆 봄빛 가득한 고려사이버대학교 연구실에서

2024년 봄 이 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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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 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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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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