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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오시스의 매체성과 물질성

  • H.Press
출판
5.44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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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격: 18,000스콘.현재 가격: 9,000스콘.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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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최근 들어 매체에 관한 문화학적 담론과 매체이론에서 중요한 기본개념으로 부상한 ‘매체성(mediality)’과 ‘물질성(materiality)’을 둘러싼 문제를 문화적 세미오시스(기호작용)의 관점에서 논의한다. ‘매체’ 또는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포괄되는 현상(제도, 기관, 기술 등)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무엇을 매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매체성 이론은 그러한 매체들의 ‘매체성’에 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매체성 개념은 매체의 본질적 특성과 작용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성찰하게 해 주며, 기호현상이 매체현상과 분리되지 않음을 인식하게 하는 도구가 되어준다.

 

매체성이 달라짐에 따라 기호의 대상 재현과 해석, 기호의 생산과 수용에 있어서 기존의 일반화된 세미오시스 모델에서와는 다른 다양한 양상이 초래된다. 이러한 관점의 매체성은 필연적으로 매체의 ‘물질성’에 주목하게 한다. 물질성은 매체성의 근본적인 측면 가운데 하나로서 기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호매체의 물질성 개념은 기호, 기호작용, 인지, 소통은 과연 그것의 물질적 출현형식에서 분리시켜 관찰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이처럼 『세미오시스의 매체성과 물질성』에서는 그 동안 기술메체에 관한 논의에 밀려 별로 주목하지 못한 기호와 매체의 관계, 매체적 매개, 기호작용 등을 둘러싼 문제를 논의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책 속으로

[머리말]

“세계, 언어, 삶의 세미오시스”를 인문한국(HK) 아젠다로 삼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세미오시스연구센터에서는 제3단계 아젠다를 “변용과 유희의 미디올로지”로 설정하고 이에 관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세미오시스 학술총서>를 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두 여섯 권을 출판하였고 이제 여기에 두 권을 더 보태려고 한다. 그 일곱 번째 책이 될 『세미오시스의 매체성과 물질성』은 여덟번째 책 『매체와 장르』와 함께 ‘미디어 세미오시스’ 연구의 연장선 위에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미디어 세미오시스’ 연구는 매체 일반 또는 미디어 장르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기호 및 기호작용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해 보려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알다시피 뉴미디어 시대, 디지털 미디어 시대로 불리고 있는 21세기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조망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에 인문학적인 이해와 성찰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매체는 역사와 문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어 왔고 이로써 인간의 사유 및 존재 방식을 바꾸어온 만큼 이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세미오시스의 매체성과 물질성』에서는 최근 들어 매체에 관한 문화학적 담론과 매체이론에서 중요한 기본개념으로 부상한 ‘매체성(mediality)’과 ‘물질성(materiality)’을 둘러싼 문제를 문화적 세미오시스(기호작용)의 관점에서 논의해 보려고 한다. ‘매체’ 또는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포괄되는 현상(제도, 기관, 기술 등)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무엇을 매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 밖에 없다. 매체성 이론은 그러한 매체들의 ‘매체성’에 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자연 매체’, ‘비자연 매체’라든지 ‘1차, 2차, 3차, 4차 매체’라든지 ‘지각 매체’, ‘소통 매체’, ‘전파(傳播) 매체’라든지 하는 다양한 분류는 정당한 것인지, 이러한 유형화 작업에서 포함이나 배제의 기준은 무엇인지, 인간의 몸(목소리, 손, 얼굴)과 (문자화되지 않은) 말도 매체인지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이러한 문제는 매체성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체의 역사는 흔히 문자와 더불어 시작된다고 하는데, 그것을 매체성 이론의 관점에서 다시 본다면, 기술매체 이전의 역사도 다시 써야 할 것이다. 기술매체의 역사를 부분집합으로 하는 ‘매체성의 역사’는 인간이 기호작용을 통해 자아와 세계를 구성하는 조건 및 양식이 문화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추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매체성은 기술매체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있어 온 기호 체계들의 속성인 것이다. 이로써 매체성 개념은 매체의 본질적 특성과 작용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성찰하게 해 주며, 기호현상이 매체현상과 분리되지 않음을 인식하게 하는 도구가 되어 준다. 그래서 매체성 문제는 단순히 매체 이전에 존재하는 정보/의미의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의미 자체가 매체에 의해 구성되는 측면에 관한 인식론적인 문제까지 내포하게 된다. 각 기호체계의 매체성이 다르다는 것은 그로써 의미구성과 기호작용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오늘날 매체성 이론에서는 종래의 기술매체 이론에서 흔히 받아들인 관점, 곧 언어를 비롯한 기호와 그 기호작용은 매체에 의해 전달되는 내용일 뿐 매체작용의 고유영역에서 분리되는 것으로 간주해 온 입장을 넘어서 기호의 매체성과 의미구성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매체성이 달라짐에 따라 기호의 대상 재현과 해석, 기호의 생산과 수용에 있어서 기존의 일반화된 세미오시스 모델에서와는 다른 다양한 양상이 초래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매체성은 필연적으로 매체의 ‘물질성’에 주목하게 한다. 물질성은 매체성의 근본적인 측면 가운데 하나로서 기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호매체의 물질성 개념은 기호, 기호작용, 인지, 소통은 과연 그것의 물질적 출현형식에서 분리시켜 관찰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매체는 기호 ‘운반체’이기도 하지만 기호 자체이기도 하다―이미 퍼스(Charles S. Peirce: 1839-1914)는 기호를 그 물질성과 관련하여 세 유형, 즉 ‘톤(tone/tuone)’, ‘토큰(token)’, ‘타입(type)’으로 구분한 바 있다. 기호나 기호 운반자로서의 매체는 필연적으로 물질성을 띨 수 밖에 없고, 이러한 기호의 물질성은 기호작용의 양상(구조, 생산, 수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다. 물질적인 것, 물질성은 기호의 추상적, 형식적인 코드 차원에도 관여할 수 있고, 그러한 코드를 운반하는 물리적, 감각적 실체의 차원에도 관여할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제1장 「매체성 관점에서 세미오시스 다시보기 – ‘글그림’의 매체성을 중심으로」(강병창)에서는 매체와 매체성의 관점에서 기호와 기호작용을 다시 살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매체’ 개념의 다양성과 이에 따른 혼란을 의식하여 매체를 매체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곧 ‘매체성’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고 끌어들인다. 그리고 ‘기호’의 경우에도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기호의 동적인 활동을 강조하는 ‘세미오시스’(기호작용/기호과정)에 주목한다. 전통적인 세미오시스 모델에서는 기호가 중심이지만, 여기서 주목하는 매체는 기호와 하나이면서도 기호를 넘어서 더 많은 것을 함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매체는 인간 세미오시스(문화 세미오시스) 과정의 일부를 구성한다. 기호과정은 결국 매체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살펴보며, 어떤 과정을 매체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이로써 어떤 개념적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언어적 글/문자를 포함한 ‘표기’ 체계, 더 나아가 이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글그림’의 세미오시스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글그림’은 언어성(글)과 도상성(그림)의 혼종적 성격을 띠는 기호/매체를 총괄하는 명칭이다. 글그림은 문화 세미오시스에서 핵심적인 영역을 차지하는 기호/매체이다. 이러한 글그림 매체의 ‘매개’ 작용 양상을 개관해 봄으로써 세미오시스 매체성에 대한 논의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것이 필자의 의도이다.

 

제2장 「매체의 물질성과 키틀러의 매체이론」(유봉근)은 독일의 매체이론가 프리드리히 키틀러(1943-2011)에 주목한다. 그는 독특한 매체연구의 길을 닦아놓았으며, 영어권에서 독일산 매체이론의 대표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키틀러는 의미를 중시하고 의미를 담는 매체의 물질성을 경시하는 구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전통적인 인문학이 수행해온 연구의 관점을 거스르는 이론을 제안하며, 의미탐구의 해석학적 전통을 극복하고 물질적 토대와 기원을 추구하는 매체연구의 이론을 제시한다. 키틀러의 도전은 기존 인문학에 매체의 문제를 학문적 탐구의 대상으로 도입하고 매체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었다. 키틀러의 학문적 삶과 평생 연구한 결과물이 어떤 가치를 남겼는가의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한 영역이다. 매체학이라는 테제는 일단은 독일의 인문학계에 파장과 울림을 남겼다. 제2장은 키틀러가 집착했던 학문적 기반과 그 윤곽을 소개하는 일로 제한한다. 키틀러의 매체이론의 면모를 깊이 있게 밝히는 대신, 키틀러의 새로운 사유와 그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틀러가 생각하고 수행했던 연구들은 결국 매체와 매체의 물질성을 드러내려는 목표 아래 연구의 과정과 전략이 구축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제3장 「니클라스 루만의 대중매체 이론 –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진화」(김형래)는 일반적인 논문 형식을 떠나 가상의 인터뷰 형식으로 집필된 특별 기고이다. 이 글의 소개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외적이지만 다소 긴 지면이 필요할 것 같다. 니클라스 루만은 독일의 사회학자로서 체계이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세계는 기능적으로 독립 분화된 여러 체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상위 체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생물학적 체계, 심리적 체계, 사회적 체계가 그것이다. 특히 여기서 사회적 체계는 그 하위 체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작동한다. 사회적 체계의 하위 체계들에는 예컨대 법체계, 경제체계, 정치체계, 교육체계, 예술체계, 매스미디어 체계 등이 있다. 여기에서 다루는 것은 무엇보다 매스미디어 체계이다.

루만의 전체 이론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는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진화이다. 다시 말해 체계이론으로서의 사회이론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그리고 진화이론인 것이다. 루만은 커뮤니케이션의 진화와 사회의 진화가 상호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사회를 언어가 만들어지기 전의 ‘언어 없는 선사시대’, 언어가 생성된 후의 ‘구술 중심의 고대 사회’, 문자가 사용된 이후의 ‘문자에 정통한 중앙집권 사회’, 인쇄술과 무선전신이 발명된 이후의 ‘전지구적 커뮤니케이션을 가진 세계사회’로 구분한다. 이렇게 그는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의 공진화를 주장한다. 그러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의 진화에 기여하는 것일까?

루만에 의하면 각각의 체계들은 폐쇄적면서 개방적이다. 다시 말해 체계와 체계, 체계와 환경은 독립되어 있으면서 서로 구조적으로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구조적 연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리고 이 커뮤니케이션에는 매체가 필요하다. 이 매체에는 크게 보편 매체, 일반 매체, 그리고 확산 매체가 있다. 보편 매체는 ‘의미’이며, 심리적 체계와 사회적 체계는 이 의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 그리고 일반 매체인 ‘언어’는 특히 사회적 체계의 근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매체이다. 그는 언어의 탄생 순간을 사회의 탄생 순간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확산 매체는 문자, 인쇄술, 전자 매체, 매스미디어(대중매체)가 있다. 그리고 성공 매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진리, 사랑, 돈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체계들 간의 구조적 연동은 이러한 매체들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루만에 의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의사소통’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에게 커뮤니케이션은 ‘의사소통의 불가능’을 의미한다. 보통 커뮤니케이션은 정

보-통보-이해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들이 모두 우연성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완벽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루만에게는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적이라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계속되는 것을 말하는데,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버마스와 다른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때 사회의 진화도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체계들 간에 계속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는 조금씩 진화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완결되면 커뮤니케이션이 중단되고 그러면 더 이상 진화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커무니케이션 매체 중에 고도로 발달하여 하나의 체계로 독립 분화한 매스미디어 체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회적 체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스미디어 체계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는 ‘자기 관찰’과 ‘자기 기술’을 거의 완전히 매스미디어 체계에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스미디어에 대한 이론은 일반 체계 이론의 본보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제4장 「테크노 코드와 몸 그리고 바이오 미디어」(전혜현)에서는 인간의 몸이 테크노 코드로 변환되어 바이오 미디어로서 작동하게 되는 현 상황을 주시한다. 바이오 미디어는 데이터를 살로, 살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이기에, 신체의 정보화와 정보의 생물학적 물질성이 동시에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생물학적인 몸을 정보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탈물질화와 더불어 정보의 재물질화가 중단되지 않는다. 바이오미디어의 이런 양상은 특히 융합 기술 기반의 바이오 및 나노 아트나 사이보그 아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필자는 이 사례들로부터 다음의 문제를 제기한다. 바이오 미디어의 매개된 지각은 과연 인간의 지각인가? 이는 궁극에 인간의 지각을 확장시키는가, 아니면 축소시키는가? 바이오 미디어적 존재인 사이보그나 포스트휴먼은 인간의 몸에 보조 장치를 이식하는 것 이상의 의미, 즉 인간을 컴퓨터와 유사한 정보 처리 장치로 간주하고 또 그렇게 다룬다는 의미를 갖는다. 바이오 미디어의 조건들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문제는 분명 재고의 여지가 있다.

 

제5장 「언어화와 미디어화 – 색채 브랜딩 사례를 중심으로」(고경난)에서는 근래 언어인류학과 기호인류학 연구에서 사용되는 “미디어화(mediatization)”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인류학적 사례분석을 통해 이 개념의 인류학적 유용성과 확장성을 검토한다. 커뮤니케이션학, 사회

언어학, 그리고 인류학 등 여러 인문사회과학 연구가 대중매체의 사회적 기능과 함의를 검토하고 있으나 각 학문분야가 미디어화에 대한 공통된 정의를 따르지는 않고 그것에 접근하는 방법도 서로 다르다. 이 연구는 인류학, 더 정확하게는 언어인류학 및 기호인류학에서 미디어화 개념이 퍼스 기호학적 관점과 인류학적 관점의 결합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더 나아가 사례분석을 통해 이 개념이 어떻게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한 기호와 사회 간 세미오시스의 분석에 유용한지를 살펴본다. 또 색(色)이라는 특정한 비언어적 기호의 기호화가 관찰되는 한 국내 화장품 기업의 색채 브랜딩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미디어화에 또 다른 하나의 기호과정, 즉 언어화가 내포돼 있을 수 있음을 제안한다.

 

제6장 「물질적, 비물질적 매체로서의 문학작품 ? 작가-독자(들)의 이상적 공동체를 위하여」(변광배)는 사르트르에게서 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이중적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 자신의 구원을 위한 문학과 이웃의 구원을 위한 문학이라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이와 같은 이중적 위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타자(곧, 독자)를 위한 문학과 타자(곧, 독자)에 의한 문학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 이중적 위치는 문학작품이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동시에 갖춘 일종의 ‘매체’라는 사르트르의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문학작품을 창작하면서 그 자신의 우연적 존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이는 독자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독자의 협력을 구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독자 역시 자유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독자를 위해 쓴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이를 실천하고자 한다. 이렇게 해서 작가와 독자 사이의 협력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이들 사이의 관계는 윤리적 성격을 띠게 되고, 그런만큼 갈등과 폭력이 배제된 이상적인 인간관계 정립을 위한 하나의 모델로 여겨질 수 있다.

 

제7장 「매체로서의 음식 – ‘먹는 인간’에 대한 시론」(서종석·엄소연)은 음식이라는 물질을 ‘사이 존재’로 규정하고 매체의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음식은 무엇보다 ‘먹는 인간’의 생물학적 욕구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음식은 식탁을 중심으로 낯선 타자와의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거나 사회적 관계와 연대를 강화해 주는 데 활용된다. 이 논문은 아울러 음식이 인간 사회의 장벽과 계층 혹은 단절을 표지하는 장치로 빈번하게 작동되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서도 음식은 중립적인 존재로 사회문화적인 규범과 코드를 품고 차별과 구분을 드러내는 인자로 작동된다. 음식은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그 소비양식의 변동을 겪게 되는데, 저자들은 매체로서의 음식의 역할은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폴크(Pasi Falk)의 소비사회 이론을 중심으로 전근대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 전환되며 관찰되는 ‘입’의 변화, 즉 ‘공동체의 입’에서 ‘개인의 입’으로의 변천을 매체의 관점에서 풀어 설명해 준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음식을 매체로서 간주할 수 있는 근거를 ‘먹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먹는 입’을 가진 실체로서, 동일한 조건을 지닌 인간의 존재론적 이해에서 찾고 있다.

 

제8장 「연향의 정치학」(엄소연·서종석)은 ‘경사가 있을 때 음식을 차려놓고 여러 사람을 청해 즐김 또는 그 일’을 뜻하는 잔치에 주목한다. 잔치와 관련한 주요 논점들로는 ‘체화된 물질문화’인 음식을 매체로 한 공동체의 보편적인 교환의례로, 집단적 질서를 도모하는 사회적 관계의 상징행위라는 것, 이러한 맥락에 따라 ‘함께먹기(commensality)’라는 의례적·비일상적 행위로 형성되며, 음식의 소비 방식은 특수성을 갖는다는 것, 의례적 잔치는 고도로 응축된 상징적 재현인 동시에 사회적 관계의 적극적 조정 및 질서의 재편을 위한 정치적 측면이 내재하는, ‘식사정치(commensal politics)’의 한 형식이라는 것 등이다. ‘조선왕실의 잔치’인 궁중연향(宮{中宴享) 중에서 조선후기 이후 연향의 프로토콜이었던 영조대(英祖代) ‘숭정전갑자진연(崇政殿甲子進宴)’을 매체의 관점에서 논의한 이 글은, ‘의례적 함께먹기’의 상징적 소비방식과 연결된 먹는 이유, 날짜, 장소, 초대자, 참석자, 자리배치, 상차림 등의 분석을 통해 그 ‘상징적 힘’의 속성과 의미를 밝히고 있다.

목차

머리말 ● ix

 

제 1 장 매체성 관점에서 세미오시스 다시보기

– ‘글그림’의 매체성을 중심으로 / 강병창· ····················· 3

 

제 2 장 매체의 물질성과 키틀러의 매체이론 / 유봉근 · ············ 47

 

제 3 장 니클라스 루만의 대중매체 이론

– 사회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진화 / 김형래 · ················· 87

 

제 4 장 테크노 코드와 몸 그리고 바이오 미디어 / 전혜현 · ······· 137

 

제 5 장 언어화와 미디어화

– 색채 브랜딩 사례를 중심으로 / 고경난····················· 167

 

제 6 장 물질적, 비물질적 매체로서의 문학작품

– 작가-독자(들)의 이상적 공동체를 위하여 / 변광배· ·········· 199

 

제 7 장 매체로서의 음식

– ‘먹는 인간’에 대한 시론 / 서종석·엄소연· ····················· 247

 

제 8 장 연향의 정치학

– 영조대 ‘숭정전갑자진연’을 중심으로 / 엄소연·서종석· ·········· 279

 

필자 소개 ● 341

저자 정보

  •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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