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신용협동조합은 1960년 5월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님께서 성가신용협동조합을 창설된 이래 서민과 영세상공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기여하면서 서민·중산층의 따뜻한 이웃이자 서민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묵묵히 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2021년을 기준으로 신용협동조합이 124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면서 873개 조합에 656만여 명의 조합원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공헌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신용협동조합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과 사랑의 증거이다.
최근 신용협동조합은 신자유주의 경쟁원리가 지배하는 냉혹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리며 위기에 처한 약자를 보듬기 위하여 사람 중심의 서민금융기관으로서 더불어 사는 따뜻한 지역사회 건설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신용협동조합의 불법대출과 회계사고 등 불미스런 사례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으로는 이사장 등 소수 임원의 결탁과 담합에 따른 부실경영이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득권 카르텔의 고착으로 인한 부실경영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불공정한 선거는 동전의 양면이다. 이렇게 구조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리더십이 긴요하다. 그 리더십은 바로 대표자 선출의 정당성에서 나오고, 이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선거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3월 신용협동조합법의 개정으로 임원선거의 관리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할 수 있도록 임의적 위탁제도를 열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임원선거의 위탁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신협의 이사장선거에서 사전선거운동과 공정성 시비 등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아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자 입법권자가 제시한 해법은 지역신협 이사장선거의 의무적 위탁이었다.
이제 2023년 10월 19일 시행된 개정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1천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지역신협은 그 이사장 선거의 관리를 의무적으로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 아울러 이사장선거의 위탁관리에 합리와 효율을 기하기 위하여 개정 법률의 부칙에 특례를 두고 이사장의 임기를 조정함으로써 그 이사장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개정 법률의 시행일인 2023년 10월 19일부터 같은 해 11월 21일까지의 기간 중 이사장의 임기가 시작된 지역신협은 해당 이사장의 임기를 2년 정도 단축한 2025년 11월 20일까지로 하고 같은 해 11월 12일에 제1회 동시이사장선거를 실시한다.
반면, 2019년 11월 22일부터 개정법률의 시행 전날인 2023년 10월 18일 사이에 이사장의 임기가 개시된 지역신협은 해당 이사장의 통상적인 임기가 만료된 후 그 후임으로 선출하는 이사장의 임기를 연장하거나 단축하여 2029년 11월 20일에 임기가 모두 만료되도록 함으로써 같은 해 11월 14일 동시선거를 실시한다.
비록 2025년 11월 12일에 실시하는 제1회 동시이사장선거에 참여하는 지역신협의 수가 제한적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각 지역신협마다 최초로 참여하는 동시이사장선거부터 그 선거의 관리를 의무적으로 위탁해야 하므로, 개정 법률의 시행일 이후 새로이 선출되는 이사장의 임기개시와 더불어 순차적으로 모든 지역신협에 위탁선거법의 벌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자율관리에 익숙하였던 이사장선거에서 생경한 위탁선거법이 적용되고 외부 전문기관이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은 낯섦과 함께 두려운 것일 수도 있다. 그 낯섦과 두려움을 보듬고 새로이 적용되는 법령의 해석에 관한 의문에 답하고자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사장선거에 위탁선거법이 적용되는 주요 법률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거운동 목적의 매수행위와 인격권 침해행위, 즉 매수죄와 허위사실 공표죄 및 후보자비방죄가 상시 적용된다.
둘째, 조합의 임직원에게는 일종의 선거중립 의무가 부과되어 지위를 이용한 일체의 선거운동이 금지되고,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더라도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셋째, 후보자 등으로부터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받아 매수죄 또는 기부행위 위반죄로 처벌될 수 있는 사람이 자수한 경우에는 특례를 적용하여 그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고, 위탁선거 위반행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그 신원을 보호한다.
넷째, 신용협동조합법의 선거 관련 규정 위반행위는 물론이고 정관과 선거규약 등 내부규범 위반행위에 대하여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권이 인정되어 위법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
다섯째, 위탁선거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위탁선거법이 적용되므로, 이와 상충되는 범위에서 신용협동조합법과 신협 내부규범의 관련 규정은 그 효력을 잃게 된다.
이제 이사장선거의 총체적인 모습을 조망하려면 신용협동조합 관계 법령과 자치법규를 기초로 하여 위탁선거법의 실체규정과 절차규정은 물론 공직선거법 전반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신협의 이사장선거에는 다양한 규범들이 중층적으로 적용되므로, 이 책에서는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각 규범과 조문체계를 완전히 분해한 후 분야별·주제별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하되, 그 문법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하였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신협중앙연수원 전임교수를 역임하고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로 계신 박교순 고문에게 가브리엘라 수녀님의 축복과 같은 은혜를 입었다. 그는 애틋한 정으로 신협의 과거와 현재에 관하여 깊은 조언을 하며 미래를 보여주셨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한 문상부고문은 저자가 지식과 논리에 갇힌 채 법리의 바다에서 길을 잃었을 때 통찰력이 충만한 지혜의 땅으로 저자를 견인하여 법리의 배후에 있는 정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일깨워 주셨다.
두 분 모두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으로 초빙되어 해당 법인의 선거그룹에서 중책을 맡고 계시니, 결과적으로 필자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도 빚을 진 셈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지역신협 이사장선거의 위탁관리라는 낯선 바다를 항해하는 분들에게 등대가 되고, 신협발전을 위하여 고민하는 분들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4. 1.
이 책의 어머니이자 헌신적인 독자인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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