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이 책의 집필진들은 일찌감치 에스닉 문제를 역사사회적인 최대 숙제의 하나이자 매우 중요한 문화적 이슈의 하나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막상 둘러보니 한국 사회에서는 일부 패션이나 요식업, 해외 원주민 관련 자료나 연구를 제외하면 에스닉에 대해 집필진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천착해 들어간 학술적 연구물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었다. 갈 길이 멀지만 우선은 집필진들의 주 연구 분야와 학문적 역량을 고려하여 문화콘텐츠와 에스닉 문제를 연관시켜 연구를 진행하였고, 영화·문학·게임 등의 콘텐츠 공간에서 다루어진 에스닉 정체성의 문제를 일정한 철학자들의 이론과 관점을 빌어 분석하고 비평하는 방식을 취했다. 본서는 그와 같은 연구 기획 하에서 여러 차례의 발표와 논의를 거쳐 취합된 결과물이다.
<에스닉 문화 콘텐츠>는 이상의 9가지 주제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 많은 수의 글은 아닐지 몰라도, 또 다양한 나라와 관련된 영화와 게임, 문학의 서사를 다루고 있어 제각각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모아 놓고 보니 제법 통일성이 갖추어졌고 원체 다양한 주제를 거론하고 있다 보니 각각의 글이 서로를 채워 주어 그 이야기의 풍성함과 완성도를 높여주는 측면이 없지 않다. 모쪼록 독자들이 본서를 읽고 인류 사회에 드리워진 에스닉의 문제를 한층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저자들이 거론한 문화콘텐츠를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의 경우라면 이번 기회에 직접 찾아 감상해 볼 수 있기를 권한다. 나아가 유사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더 많은 문화콘텐츠를 섭렵해나가는 것도 권해본다. 끝으로 본서가 많은 독자 제현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나마 자극과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책 속으로
*“당신이 가난하게 태어났더라도 부자로 죽을 수는 있다. 그러나 당신의 에스닉 그룹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고정된다”식의 접근으로서, 개인은 “하나의 유일한 에스닉 그룹에 속하며, 구성원 신분은 평생 고정되고, 세대를 거듭하여 세습되므로, 전쟁 발발과 종전, 국가의 생성소멸, 경제의 융성과 몰락 등과 상관없이 에스닉 그룹은 원래 상태로 유지”된다는 시각이다.
이런 시각은 에스닉 정체성 이론의 ‘인지적 전환(cognitive turn)’ 이후 크게 변한다. 에스닉은 “세계 안에 있는 그 무엇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시각들(not things in the world, but perspectives on the world)”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혹은 개인의 자기 정체성 인식의 변화에 따라 에스닉 정체성이 큰 폭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구성주의 접근이 사례다. 정체성이라는 것이 식별 가능한 특질이나 본질과 같은 게 아니라 자타에 의한 규정으로서 가변적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에스닉 정체성이란 것이 늘 바뀌기만 하는 것이라면, 한 인간의 자기규정이나 특정 집단의 정체 정의의 기능이 불가하게 될 것이다. 에스닉 정체성은 고정되고 바뀌는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진다고 보겠다. 오히려 어떤 요인들이 에스닉 정체성의 유지와 변화를 추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에스닉 정체성을 만드는 것은 그들의 피부색깔이 아니라 그들이 타자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며, 그 시각에 반영된 자기규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알제리인으로서 프랑스 제국주의를 위해 복무한 원주민 보충병 아르키(Harki)들은 오랜 식민피지배 환경에서 사회경제적 혜택을 추구하며 자신을 ‘일반 알제리인’과 차별화된 아르키로 규정해왔다는 점에서, 인종적으로 ‘이웃사촌’과 똑같은 알제리인이지만 그들과 다른 에스닉 정체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피에누아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는 피에누아들의 에스닉 정체성이 대단히 큰 폭으로 변화해 왔음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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