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은유로서의 정력과 질병』은 잡지 『朝光』에 실린 약품 광고를 정리한 책이다. 일제 강점기에 출판된 잡지에 실린 자양강장제나 보양제 광고를 읽다보면 정력의 쇠퇴는 신체 기관의 노화에서 오는 것임에도 당시의 사람들이 정력을 치료해야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도 사람들은 정력제로 비아그라를 찾고, 보약을 찾는다. 정력제나 보약을 복용할 때 예전처럼 치료의 개념은 아니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현재에도 정력은 곧 ‘은유로서의 질병’인 것이다.
책 속으로
머리말
요즘 현대인들은 많은 병을 달고 산다. 아직 온몸이 아플 나이는 안 된 것 같은데 벌써부터 내 몸은 이곳저곳 아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인지 약을 싫어하면서도 약에 대한 친근감을 느낀다. 1930-40년대 잡지를 읽으면서 수많은 광고들 중에 약품 광고가 내 시선을 사로 잡은 것도 질병에 대한 공포가 무의식 속에 집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잡지 『 朝光 』에 실린 약품 광고를 정리한 책이다. 1930-40년대 잡지를 읽거나 신문을 볼 때마다 유독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광고였다. 그 가운데서도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약품광고. 처음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미지 광고가 아니었다. 잡지 『춘추』와 『녹기』를 정리 하면서 읽게 된 강부탁(岡部卓)의 위장염과 비타민 광고는 내용을 다 읽기 전까지는 기사인줄 알았다. 어릴 적부터 복용해온 정로환과 노루모산, 활명수, 지미신 등의 광고의 존재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린 시절 복용했던 약이 불러 오는 향수는 성병약으로 옮아갔다. 요즘은 성인 잡지 도색잡지에서 겨우 볼 수 있는 성병약 광고가 문학잡 지나 종합잡지에 떡 하니 실려 있는 것도 충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성병과 폐병의 시대였던 1920-40년대에 결핵약과 성병약을 압도할 만큼의 가짓수와 광고횟수를 보이는 정력제 즉 자양강장제 광고에 궁금 증이 일었다.
일제 강점기에 출판된 잡지에 실린 자양강장제나 보양제 광고를 읽다보면 정력의 쇠퇴는 신체 기관의 노화에서 오는 것임에도 당시의 사람들이 정력을 치료해야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력제를 기력을 보조하는 보약인 아닌 치료제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요즘도 사람들은 정력제로 비아그라를 찾고, 보약을 찾는다. 정력제나 보약을 복용할 때 예전처럼 치료의 개념은 아니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현재에도 정력은 곧 ‘은유로서의 질병’인 것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이 책의 제목은 수전 손탁의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빌어 왔다. 자양강장제를 여성용과 남성용, 어린이용, 남녀 공용으로 분류하여 분석을 하면 일제의 위생 담론과 보건담론에 맞닿을 수 있지만 이러한 선행 연구가 많은 터라 자양강장제, 보강제 광고를 일제의 위생 담론, 보건담론 속에서도 설명하기 보다는 인간의 욕망의 한 축으로 보고 싶었다. 성병약 광고와 결핵, 그리고 한센병에 대한 광고를 당시의 보건 담론 속에서 살피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하였는데 이것 자체가 욕심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일제 강점기에 출판된 잡지에 실린 자양강장제 광고를 모두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분량도 어마마하여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일제총동원시기로 시대를 한정하였다. 수많은 잡지들 가운데 『 朝光 』 에 실린 광고를 대상으로 한 것은 카프 해산한 이후 1945년까지 꾸준하게 발간된 잡지였으며, 다른 잡지들에 비해 광고의 종류와 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의 관심 분야였던 자양강장제와 성병약 이외에도 일제 총동원시기 출시된 약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 朝光 』 전권에 실려 있는 광고 중 의약품 목록을 따로 만들었으며, 약품 광고의 대부분을 종류별로 분류하여 실어 의약품 광고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의약품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미용용품인 염색제와 기미 크림은 목록에서 제외하였다.
소설, 희곡, 일본문학 각기 다른 전공에도 불구하고 의기투합하여 『朝光』을 읽기 시작한지 햇수로 어언 4년이 다 되어간다. 그 중 『朝光』 세미나 팀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은 나일 것이다. 사실 『朝光』 세미나 팀 선생님들이 안 계셨으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다. 세미나를 위해 팀원들에게 『朝光』 전권을 제공해주신 채호석 선생님, 세미나 후에 근사한 곳에서 귀하고 좋은 음식을 대접해주신 전승주 선생님, 목차를 제공해주신 윤진현 선생님, 일본문학전공으로 유일하게 시를 전공 하여 시 분석에 도움을 주고 계신 박지영 선생님, 언제나 활력소가 되었던 손유경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인문학자라는 호칭이 이제는 형벌처럼 다가온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처럼 인문학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이때에도 정열적으로 공부하고 계신 남북문학예술 연구회 회원들과 민족문학사 문학사 연구반 선생님들과 함께 힘을 얻으며 끝까지 함께하기를 기원해본다.
그리고 부모님 곁에서 내가 해야 할 맏딸 노릇을 대신하고 있는 동생 래이에게는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이 크다. 이 기회를 빌어 래이 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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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잡지 『朝光』에 실린 약품 광고를 정리한 책이다. 1930-40년대 잡지를 읽거나 신문을 볼 때마다 유독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광고였다. 일제 강점기에 출판된 잡지에 실린 자양강장제나 보양제 광고를 읽다보면 정력의 쇠퇴는 신체 기관의 노화에서 오는 것임에도 당시의 사람들이 정력을 치료해야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력제를 기력을 보조하는 보약이 아닌 치료제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요즘도 사람들은 정력제로 비아그라를 찾고, 보약을 찾는다. 정력제나 보약을 복용할 때 예전처럼 치료의 개념은 아니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현재에도 정력은 곧 ‘은유로서의 질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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