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초판발행 2022.05.30
지난해 출간된 《현대인의 인문학》은 우리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개설된 《현대인의 인문학》의 교재로 사용되었다. 강의명과 나란히 제목을 붙였다. 무려 500여 명의 수강생이 몰려 인문학을 향한 그들의 갈증을 확인시켜 주었다. 저자에게는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는 보람과 함께 앞으로 더 다양한 관점에서 글을 써 나가야겠다는 특별한 동기를 부여해 준 계기가 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인물, 역사, 사상, 문화, 리더십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글을 더 왕성하게 쓸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은 외부의 자극이나 격려도 중요하지만 세월의 두께도 한몫 거들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을수록 배우고 익히고 성찰한 내용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 공감하고 싶은 욕구가 깊어졌다. 그렇다고 특별한 주제에 대해 쓰거나 논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생각하기 쉬운 주제들을 나만의 관점에서 생각을 거듭한 후 고치고 다듬어 글로 옮겨보는 것이다. 젊을 때보다 낯은 두꺼워지고 속은 넓어졌다고나 할까. 젊었을 때는 누군가가 내 글을 평가하는 게 부끄럽고 두려웠다면, 요즘엔 오히려 그런 평가가 더 기다려지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두고 타자에 대한 포용과 관대함이 양일(洋溢)해졌다고 하면 교만일까.
저자는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제작, 방영되는 다큐멘터리나 사극(史劇) 등은 인문학의 본질을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현대인의 인문학》에서는 KBS에서 장기간 인기리에 방영 중인 휴먼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이야말로 인간의 동선을 충실하게 좇아가는 인문학의 본보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극 역시 인문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안성맞춤의 콘텐츠다. 일례로 저자는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글을 쓰기 위해 2004년 제작된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임진왜란 때 누란의 위기에 놓인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루었지만 주인공 이순신을 중심으로 당대의 정치, 사회, 전쟁, 국제관계, 인간의 심리, 리더십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드라마 속에서 이순신은 21세기에 재탄생하여 시청자인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나와 국가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왜 국가는 존재하는가?” “전쟁의 대의명분이란 무엇인가?” “국가 간의 외교란 무엇인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등등.
저자는 이 물음이야말로 인문학이 추구하는 핵심적인 영역이고, 이 질문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인문학이고 인문(人文)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출간하는 《인문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는 〈인문의 힘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서 《현대인의 인문학》이 담고 있는 주제와 전개 방식과 그 맥락을 나란히 하지만, 책 이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처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상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주제에 대하여 보다 폭넓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탐구하며 해석하고자 했다. 주제는 ‘사람에 대한’, ‘사람으로부터’, ‘사람에 의한’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사람을 인문학의 중심에 놓고 사람과 관계하여 파생되는 다양한 인물, 사상, 역사적 사건과 사례 등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기술했다. 스펠마이어(2008)도 《인문학의 즐거움》에서 인문학의 차별적인 목적이란 경험의 공개성과 경험을 통해 접하는 세상의 통합성을 반복적으로 주장함으로써 놀랍고 신기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1부 ‘사람에 대한’ 주제에서는 우리들의 삶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친 인물들과 관련된 사실을 중심으로 오늘날 우리 자신과 사회에 주는 메타포를 담아내려고 했다. 그 인물들은 왕, 전략가, 정치가, 사상가, 종교인, 장군, 음악가, 법률가,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한다. 2부 ‘사람으로부터’의 주제에서는 외교, 종교, 죽음, 전쟁, 민주주의 등 비교적 무거운 소재에서부터 인연, 물고기, 시, 바둑, 단풍, 피서법과 같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을 기술하였다. 3부 ‘사람에 의한’ 주제에서는 인권, 봉사, 리더십, 덕목, 용서, 인권 등 사람에 의해 비롯되는 다양한 소재들을 다루었다. 이렇게 모두 50개의 주제이다.
인문학은 인간이 인간다움을 되찾고 세상을 더 멀리 더 넓게 바라보게 하는 거인(巨人)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고 읽으며 쓰려고 노력했다. 서강대 최진석 명예교수님은 저자에게 인문학적 통찰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신 인문학의 거장이다. 그에 의하면 인문학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탐구하는 학문”이며 인문학을 배우는 목적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문학은 특정한 학문이 아니라 모든 지식의 인간적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박하고 담백한 기술이 저자에게 인문적 통찰을 할 수 있다는 용력과 자신감을 심어주어 계속적인 저술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이 50개의 주제는 저자가 거인의 어깨 위에서 다양한 역사, 인물, 사건 등에 대해 인문적 통찰을 시도한 결과물이다.
아무쪼록 저자는 삶의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결과물인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삶의 길을 풍요롭게 열어가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 『박영 story』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인문의 힘을 널리 보급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주신 노현 대표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저자의 글이 텍스트로 그 생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과 공유, 공감할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하면 한 번의 감사로는 부족할 것이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어떤 주제의 내용에는 저자의 얇고 투박한 지식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성찰을 통해 나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지 않고서는 어떤 성장과 성숙도 기대할 수 없기에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질정(叱正)과 격려를 겸허히 기대한다.
2022년 5월
북촌 화정관에서 염철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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