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초판발행 2024.01.30
[젠더 발전 지구화] 한국어판 서문
[젠더 발전 지구화] 한국어판의 서문을 쓰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다는 것은 이 책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빠른 발전 과정과 사회 변화 과정을 통해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한국에서 이 책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습니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사회변화를 겪었으며 이는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은 1948년 당시 매우 빈곤했지만, 몇 십 년 만에 놀라울 정도로 선진화된 사회로 변모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타난 심대한 정치경제적, 사회적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큽니다. 한국은 성공적인 산업화 과정과 더불어 매우 빠른 사회변화를 거쳐 현재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스페인을 넘어섰고 이탈리아에 근접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선도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경제를 기반으로 한국은 1970~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외 무역과 점점 더 세계화되는 경제 속에서 막대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 50년간의 한국 경제 발전의 특징은 눈부신 경제 성장과 점점 더 세계화되는 경제에 대한 높은 수준의 참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에는 몇 가지 결함이 있습니다. 이는 일정 정도는 사회적 불평등과 일부 계층의 희생을 대가로 달성한 성과입니다. 희생된 이들 중에는 여성들이 포함됩니다. 성별임금격차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성불평등이 존재함에도, 많은 여성들은 빠르게 노동시장에 진입했고 또 열심히 일했습니다. 수출 주도 발전 전략을 채택하여 성공을 거둔 다른 성공적인 아시아 경제와 마찬가지로 젊은 여성은 유급 노동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남성보다 지속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았고 이는 수출 가격 절감과 흑자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성불평등은 한국이 대외 무역에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성별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의 저임금은 사회에 만연한 심각한 성불평등과 해묵은 가부장적 태도의 결과입니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경제적, 사회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만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성불평등과 관련된 여러 요인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발전 과정에 대해 다룹니다. 이론적 관점과 경험적 관점을 결합한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된 초판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업데이트 과정에서 지구화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변화가 성불평등과 여성의 현재 상태에 미치는 영향과 역학 관계를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먼저, 1970년 이후 국제 담론에서 새로운 주제로 떠오른 ‘젠더와 발전’에 대한 논의를 조망합니다. 자유주의적 접근과 신자유주의적 접근과 같은 경제학 논의를 다루고, 이에 대한 비판으로 공정함에 대해 설명합니다. 역량 및 인권 접근과 같은 대안적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이를 비판합니다. 또한 경제학에서 젠더의 의미를 살펴보고 페미니즘 경제학 분석의 초점이 “여성”이 “젠더”로 바뀐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둘째, 여성, 젠더, 경제학 연구에 대한 대안적 접근법의 역사와 분석을 제공하며, 주류 경제학 이론에 대한 비판과 대안적 이론적 틀의 구분을 통해 페미니스트 접근법의 의미를 명확히 합니다. 셋째, 시장과 세계화에 관련된 젠더 이슈를 조망하고, a) 시장의 상업화와 금융화, b) 부의 편중과 사회적 불평등 및 취약성, c) 노동력의 여성화 및 성별 관계의 역학 등 기본적인 질문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전개되고 급속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시장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초래한 결과, 특히 노조의 쇠퇴, 시장의 비공식화, 노동 조건의 악화, 사회 양극화, 불평등의 증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넷째, 생계유지 활동, 비공식 노동, 가사 노동, 자원활동 등 무급 노동에 대한 측정과 평가, 통계적 문제를 포함하여 무급 노동의 의미와 여성 억압에 대한 논의에서 무급 노동이 갖는 중요성을 분석합니다. 또한 빈곤, 불평등, 복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국가연구 및 국가 간 비교연구를 포함하여 1980년대 이후 무급 노동의 개념화, 측정, 가치 평가에 대한 중요한 진전을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개발의 전반적인 의제를 평가하며, 신자유주의 개발이 불평등을 심화시켜 전 세계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 및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변화를 위한 대안적인 접근 방식과 의제를 제시합니다. 탈지구화 논의가 나올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 국면에서 이 책이 여러분들이 젠더 관점을 가지고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나가는 길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3년 1월
저자들을 대표해서 로데스 베네리아(Lourdes Beneria)
역자 서문
2000년 대 후반 이후 현재까지 한국 사회에서 나타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안타까운 점은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페미니즘을 둘러싼 오해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일련의 비판들이 꼬리를 물면서 악순환에 빠져, 그 누구도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페미니즘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었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와 오해를 불식시키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의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였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구호에 이끌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이러한 거대한 경제구조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다. 거시경제적 변화와 국제정치에 대한 페미니스트 분석은 가능한 것인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선배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답이다. 저자들은 경제학자들이지만, 이 책에서 인용된 많은 연구들은 페미니스트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사회정책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제에서 진행된 연구의 결과이다.
몇 년 전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는 제목의 페미니스트 서적이 출간된 적이 있다. 굳이 이 책의 성격을 말하자면 우리에게도 페미니스트 사회과학 연구의 계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도 아니고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진행된 폭넓은 페미니스트 연구와 논의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선배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연구의 깊이와 통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여전히 우리는 이 분석에서 그다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빨리 보는 책이 아니라, 사전처럼 옆에 두고 계속 찾아보는 책이다.
이 책의 번역은 학계와 국제개발 현장에서 활동하는 젠더와 발전문제에 관심이 있는 6명의 사람들이 함께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모두 함께 읽고, 각자 맡은 장을 번역해서 다시 함께 읽고 문장을 다듬는 토론의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느리게 진행되었다. 읽기와 쓰기를 함께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과정이 번역의 결과물보다 오히려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함께 여러 번 토론을 거쳐서 번역을 완성하였지만, 여전히 원문의 문장이 담고 있는 재치와 명료함을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고 느껴져, 원저에 대한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다. 의미가 모호한 부분은 책의 원저자인 로데스 베네리아(Lourdes Beneria) 선생님과 토론을 통해서 정리하였다. 그러나 혹시라도 나타날 오류나 오역은 온전히 역자들의 몫이다. 오류를 발견하신 독자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책에 대해 함께 토론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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