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상하의 나라 태국은 덥다. 연평균 기온이 28도가 넘는 나라에서 해가 뜨고 한낮이 되면 체감 온도는 35도를 훌쩍 넘어간다. 그런 날씨 속에서 옛 사원과 왕궁을 찾아 다니는 일은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도 더위가 가져다 주는 갈증보다는 이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적 갈망이 더 컸다. 그래서 중간에 여행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내 황톳빛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렇게 더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온한 미소는 어디서 왔을까?
태국의 사원을 돌아보면서 일관된 하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붓다의 미소였다. 어느 시대 어느 사원을 가더라도 하나같이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는 불상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문득 태국인들의 미소가 바로 이 불상들의 미소와 묘하게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수백 년간 불교를 신봉하며 살다가 붓다를 닮아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해답을 얻었다. 태국인의 미소는 바로 붓다에서 왔다는 것을… 내가 황톳길을 걸으며 발견한 것은 붓다의 미소이면서 바로 태국인들의 미소였다.
책 속으로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만 도시와의 만남도 마찬가지이다. 특정한 시기에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만나야 모든 것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푸껫이란 곳을 유학 시절 가족과 함께 간 적이 있다. 차를 가지고 갔는데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야 닿았다. 첫날은 이미 날이 저물어 그냥 호텔로 들어가 쉬기로 하고 이튿날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관광 지도를 들고 호텔 카운터에 가서 가 볼 만한 곳을 다섯 군데만 추천해달라고 했다. 호텔 직원이 추천해준 1순위가 바로 빠떵 해변이었다. 차를 몰고 호텔을 나와 조그만 언덕을 넘어서자 빠떵 해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때의 경이로움을 나는 아직 잊을 수 없다. 차를 도로 갓길에 세우고 우리 가족은 빠떵 해변을 내려다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그날은 다른 곳은 일체 포기하고 하루 종일 빠떵 해변에서만 보냈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내가 빠떵 해변을 처음 간 것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태국 대학생 예술 경연대회가 푸껫에서 열렸었는데 그때 지인의 권유로 따라갔다가 빠떵 해변에서 한나절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단순한 태국의 해변가였을 뿐 어떤 특별한 감흥도 없었다. 나중에 태국에 오는 외대 후배들에게도 관광코스로 푸껫의 빠떵 해변을 추천했는데 다녀온 친구들 대부분이 그저 그렇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어디를 가더라도 천시(天時) 즉, 하늘이 정해준 시간이 있다는 막연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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