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태국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라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보면 태국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에서 그치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 안을 들여다보는 데에는 좀 인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태국어를 처음 접한 것이 벌써 37년 전의 일입니다. 그동안 태국에 대해서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가르쳐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태국에 대한 애정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 외에도 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태국에 대해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태국 들여다보기』 라는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책 속으로
정환승
제 1장 태국, 태국 사람, 태국 문화
자유의 땅 타이랜드
태국이라는 나라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에 들어와 전공을 태국어로 선택하면서부터였다. 입학하고 처음 태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외국인 교수가 “타이”라는 말은 태국이라는 나라와 타이족을 가리키는 말 외에 ‘자유로움’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학부 공부를 마치고 유학길에 올라 태국에 갔을 때 나는 남부의 쏭클라대학교로 가기 전에 방콕에 사나흘 머물렀다. 방콕에서 일을 마치고 남부로 내려가는 기차표 예매를 위해 후어람퐁역으로 갈 때 당시 먼저 유학하고 있던 선배 한 분이 오토바이를 태워준 적이 있었다. 그때도 방콕은 이미 교통체증이 아주 심하던 때였다. 꽉 막힌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신호등에 걸려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 사이로 오토바이들이 뚫고 들어가 정지선 맨 앞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짜증을 내거나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나는 태국이라는 나라가 “타이랜드” 즉, ‘자유의 땅’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유학하면서 태국의 사회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과연 태국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다 같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태국의 국기는 적색과 청색 그리고 백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뜨라이롱”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세 가지 색’이란 뜻이다. 적색은 국가, 청색은 국왕, 그리고 백색은 종교를 뜻한다. 이 세 가지 색이 상징하는 것들이 바로 오늘날 태국이라고 하는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다. 태국은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타이 왕국이며 영어로는 ‘Kingdom of Th ailand’로 표기한다. 보통 짧게 타이랜드라고 부르거나 타이를 음역하여 태국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위치는 북위 5도 37분에서 20도 27분에 걸쳐 있고 동쪽으로는 90도 27분, 서쪽으로는 105도 37분에 걸쳐 있다. 우리와 경도가 30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우리와 두 시간 시차가 발생하는데 태국이 두 시간 늦다. 태국 지도를 보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데 위아래로 길이가 1,645km, 동서로 폭이 1,278km에 이른다. 태국의 땅 모양을 어떤 사람은 코끼리와 흡사하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도끼처럼 생겼다고 하기도 한다. 동쪽으로 라오스와 캄보디아, 서쪽으로 안다만해와 미얀마, 북쪽으로 라오스, 남쪽으로 타이만과 말레이시아와 접해 있다. 면적은 513,000 km2로 한반도의 두 배가 넘는다.
호수 문화
태국의 인구는 약 6,650만이며 방콕에만 560만 이상이 살고 있다. 인종별로 보면 타이족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중국계 13.5%, 말레이계 2.9%, 그리고 기타 소수종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레이계는 주로 남부의 말레이시아와 인접한 5개 주에 모여 살고 있으며 소수종족들은 주로 태국 북부를 중심으로 한 고산 지대에 분포되어 있다. 태국인의 90% 이상이 불교도이며 남부 말레이계들을 비롯한 이슬람교도가 6% 정도 된다. 기독교는 2% 정도이고 기타 다른 종교가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는 고온 다습한 아열대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8도이고 습도는 70%이다. 태국은 이처럼 각기 다른 여러 종족들이 모여들어 한 국가를 이루고 살면서 타이 문화라고 하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일부 인류학자들은 타이 문화를 호수 문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러 갈래로 흘러 들어온 개울이 물의 속성을 잃지 않고 다시 커다란 호숫물이 되듯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종족들이 모여 동질성을 가진 타이 문화를 만들어낸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밥과 생선으로 배불리 먹는 나라
태국은 산악과 산림이 많은 북부 지역과 광활한 쌀 농경지인 중부 평야 지역, 준準농경지가 많은 북동부 고원 지역, 그리고 열대 섬과 긴 해안의 남부 반도 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통적인 농경 국가로 짜오프라야강 유역은 완만한 평지인데 비옥한 대지와 풍부한 강수량으로 아시아의 곡창 지대로 불리고 있다. 그래서 최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국은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었다. 태국의 지형은 해안 쪽 경사가 완만하여 잦은 침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다에서 80km 떨어진 곳까지 조수의 영향을 받는다.
태국은 농경 국가이다 보니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음식 문화가 발달하여 오래전부터 “농부는 국가의 중추”라는 말이 생겨났다. 또한 더운 나라라서 강을 끼고 마을과 도시가 발달하고 생선을 즐겨 먹는 음식 문화도 발달하였다. 태국인들은 옛날부터 오늘날까지도 쌀과 생선을 주식으로 한다. 13세기 람캄행 대왕 비문에 “물에는 물고기가 있고 논에는 벼가 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당시 쑤코타이 백성들의 삶이 무척 풍요로웠다는 뜻이다. 오늘날 태국인들의 여유와 미소는 불교에 기반한 인과응보 사상 외에 의식衣食이 족했던 것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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