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한국의 거버넌스
기본적으로 행정과정의 핵심적인 좌표(locus)가 급진적인 이동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 행정학의 주된 연구초점은 여전히 행정국가 내부의 관리기술적인 범주를 맴도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우리 행정학계의 바로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 행정학의 주된 연구 초점을 이동함으로써 연구대상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대 환경의 변화에 따른 행정학의 적실성 정도를 높여 보자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지평을 여는 이론의 하나로 거버넌스 개념이 국내에 소개 된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행정과정 전반을 보다 체계적으로 점검해 보려는 노력은 그리 흔치 않았다. 거버넌스와 관련된 논의는 그런 접근시각 자체의 정당성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를 토대로 우리의 국정관리현상을 다차원에 걸쳐 입체적으로 조망해 보려는 작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의 거버넌스」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본문 중에서
행정학계에서는 흔히 행정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행정현상 분석에 있어 연구자의 패러다임 전환이 전반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분야별 지체가 거듭된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전(前)이론의 숙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모든 이론은 새로운 이론에 의해 대체되기 마련이지만, 유독 행정학에서는 기존 이론이 교체되는 속도가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이는 사회관계가 급변한다는 정보화 사회의 도래 이후에도 같다. 전통행정학이 의존해 온 「관료제의 종말」이 사실이라면, 그에 따라 행정학 전반에 걸쳐 관리론의 일대 수정이 뒤따랐어야 했다. 관료제와 반관료제 사이에서 대안을 찾지 못해 “작은 정부의 시대”를 연 것이라고 한다면, 작아진 정부와 커지는 시민 사이에서 빚어지는 행정작용은 또 얼마나, 어떻게 과거의 전통행정과 다른지를 단순히 정부와 시민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정부 내부의 업무처리 과정에서도 확인했어야 한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의 확산 지체로 인해 이론과 실제, 과학과 기예, 목표와 전략 사이에서 벌어지는 괴리가 응용과학으로서의 행정학이 지니는 효용성을 반감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행정학이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공직자, 개혁적 대안을 제안해 보려고 해도 적실성 높은 이론의 틀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회운동가, 무엇보다도 이미 철지난 이론을 들고 애써 태연함을 가장해야 하는 행정학 교·강사에게 있어 이런 행정학의 분야별 지체 현상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거버넌스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정부 실패에 대한 반성과 시민사회의 성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공공문제 해결에 대한 상향적 내지는 수평적 접근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자, 그에 대한 조응방식의 하나로 등장했다. 정부의 행정작용을 거번먼트(government)가 아니라 거버닝(governing)의 역동적 관점에서 이해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를 지칭하기 위해 ‘국정관리,’ ‘국정운영,’ ‘지배구조,’ ‘협치(協治),’ ‘공치(共治),’ ‘망치(網治)’ 등 실로 다양한 용어가 제안되었으나 새로운 개념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를 정교하게 전달하는 용어로는 모두가 마땅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거버넌스를 다시 ‘굿거버넌스(good governance)’와 ‘뉴거버넌스(new governance)’로 개념상 분화해 보려는 시도가 등장하면서 용어에 대한 인식상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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