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헨리 4세 2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콘텐츠원의 셰익스피어 전집 중 13번째 도서로 1600년에 출판된 셰익스피어 도서의 번역본이다.
본 도서는 『헨리 4세 1부』의 연작으로, 슈루즈버리 전투에 이어 반란군의 완전한 진압, 헨리 4세의 죽음, 헨리 5세 등극이라는 역사의 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1부』에서 던져 놓은 할의 개심, 반란의 진압, 할의 왕위 계승 같은 사건과 주제들은 『2부』에서 완결되고 완성된다.
『1부』가 할과 폴스타프, 그리고 할의 정적인 핫스퍼 위주로 흘러갔다면, 『2부』는 좀 더 다양한 군상, 예를 들어 퀵클리 부인, 창부 돌, 피스톨, 모울디나 불칼프, 피블 같은 징집대상자들, 시골의 치안 판사인 샬로우와 싸일런스처럼 궁정 밖 세상의 활기 넘치는 인물들이 골고루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등장한다. 그들의 맛깔 나는 입담을 통해 전해지는 당대의 사회상은 너무나 생생해서 지금의 우리들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
책 속으로
1600년 제2 사절판의 『헨리 4세 2부』 표지는 이 극이 헨리 4세의 죽음과 헨리 5세의 등극, 그리고 존 폴스타프 경의 유머와 으스대는 피스톨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WiththeHumours ofSirJohnFalstaff,and Swaggering Pistol). 그러니 셰익스피어가 기민하게 파악한 당대인들의 중요 관심사는 평화로운 왕권의 계승일 것이다. 1950년대 말, 이 극을 무대 아래서 지켜본 관객들의 마음은 복잡다단했음이 분명하다. 이즈음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집권 말기였다. 그녀가 처녀여왕이었다는 것은 곧 그녀의 뒤를 이어 안정적으로 나라를 다스릴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뜻하며,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 점을 이용하여 주변 국가들에게 자신과의 결혼 가능성을 담보로 정치적, 외교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여왕에게 결혼 문제가 더 이상 제대로 휘두를 수 있는 패가 되지 못하는 시점에서는 후계자의 부재라는 문제가 왕국의 유지에 오히려 커다란 골칫거리이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대 위에서나마 평화롭게 계승되는 왕권을 바라보는 것은 불안한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던 당대 관객들에게 적잖이 마음의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개차반 같았던 할의 젊은 시절이 보다 훌륭한 왕이 되기 위한 눈속임이었다는 어쭙잖은 변명에도 충분히 웃으며 속아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으리라. 할의 개차반 시절은 ‘실제로’ 체험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들은 할의 개심 이후 왕의 시절은 실제로 체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옆에서 술을 마시며 뒹굴고 도적 패거리에 끼어 놀던 할은 이제 저 멀리 궁전 안에 있으니, 무슨 수로 그가 진정으로 개심을 한 것인지, 아니면 보다 효율적인 지배를 위해 그런 척하는 것인지 알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높은 사람들의 속사정이야 어쨌든 간에 당장 내 눈 앞에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잠잘 곳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대부분 민초들의 삶이 아닌가. 할의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알 바 없으니 그저 민중들의 눈에는 반역의 무리를 소탕하고 형제간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다툼 없이 평화롭게 왕위를 계승하고 엄격한 법의 심판자를 자신의 대부로 두겠다는 굳은 의지의 왕자만이 보일 뿐이다. 이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헨리 4세는 그의 개심을 인정하고 사망한다. 헨리 4세의 사망과 더불어 할의 망나니 같은 과거가 그의 무덤에 같이 묻혔다는 선언으로 할이 애써 준비한 평화로운 왕권 계승의 성공이 명백해진다. 그러니 함성 소리에 묻혀 나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대사는, 실제 헨리 5세역을 맡은 배우가 무대 위에 등장할 때 그를 향해 내지르는 당대 관람객들의 환호성으로 충분히 실현되었을 법하다.
전제군주의 위엄과 절대 권력의 신성함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할은,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신성한 왕이라기보다는 『1부』에의 자신의 선언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익이 가장 극대화된 지점을 찾아다니는 교활한 장사꾼의 면모를 보인다. 그는 먼저 군사력, 즉 물리적 힘으로 반대 세력을 찍어 누른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자신이 권력을 확보하고 그 권력을 확고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폴스타프와 그 일당을 추방하여 자신의 왕위 계승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이들의 신뢰와 신용을 얻어낸다. 이런 방식으로 국내의 소란을 표면적으로 잠재운 뒤, 그는 사람들에게 남아 있거나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혹은 새롭게 생겨날지도 모르는 새로운 의심과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선왕인 헨리 4세의 유지를 충실히 따라 그들의 시선을 돌리고자 한다. ‘정치의 본질은 시기의 적절성을 고려하여 중요한 문제를 시작하고 지배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라는 플라톤(Plato)의 말은 어느 시대의 위정자에게나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언제나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수단은 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재앙이다. 어떤 종류의 전쟁이든 그 당사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일 수 있겠으나, 그것이 국가 간의 전쟁으로 커졌을 때는 그 피해와 고통이 몇 곱절로 늘어나는 데다 대개의 경우 그럴싸한 명분에 더하여 근거 없는 애국심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에게 닥친 개인적인 고통과 손해를 호소할 방법이 차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 같은 피해와 고통을 주로 전쟁을 유발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그 전쟁에 휩쓸리게 되는 죄 없는 하층민이 전적으로 감당해야만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작 그 같은 소모적인 전쟁을 유발시키는 원인 제공자들에게는 오히려 전쟁이 더 큰 이득과 혜택을 거머쥘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현실은 너무나 아이로니컬하다. 전쟁으로 소모되고 희생되는 것은 입을 옷조차 변변히 없어서 핀으로 얼기설기 엮은 넝마를 입은 자이거나 너무나 정직하여 나라의 부름에 충실히 임하고자 하는 양민들뿐이다. 『1부』에서 폴스타프의 내레이션으로 드러났던 군역 비리는 『2부』에서 군역을 짊어져야 하는 인물들을 여럿 등장시켜 한층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무대 위에 펼쳐진다. 할은 극 초반 앞치마를 두르고 어설프게 급사 흉내를 내며 폴스타프의 세계에 끼어들어보려 하지만, 금세 왕위 계승자로서의 현실이 그를 가로막고 폴스타프와의 관계 형성을 훼방 놓는다. 그에게는 더 이상 『1부』에서와 같은 생동감 넘치는 다중 역할이 주어지지 않으며, 그는 정색을 하고 자신이 폴스타프와 어울리려 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급히 퇴장해 버린다. 이후 할은 권력에 대한 욕구만을 드러내는 평면적 인물로 무대 위에 등장하며 그가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부분은 다름 아닌 살아있는 헨리 4세의 침상에서 그 왕관을 가져다 자신의 머리 위에 얹음으로써 무의식중에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 폐위시키고 스스로 즉위식을 올린 다음 사라지는 장면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또 다른 아버지이자 친구였던 폴스타프를 추방하고 대법원장을 그의 대체자로 내세우는 비겁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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