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작품 소개

만주는 어떤 땅인가. 유치환이 농장 관리인이 되어 권속을 먹여 살린 공간이며, 이수형, 함형수, 김조규 등은 시의 속뜻을 숨기며 해방직전까지 작품 활동을 했던 아득한 북녘, 남의 땅이다. 그런가 하면 서정주가 일자리를 찾아가 일본인 용역이 되어 호피조끼를 사 입고 일인 소장에게 유세를 부리던 곳이고, 「기미독립선언문」을 기초한 최남선이 건국대학 교수로 살았고, 「삼대」의 염상섭은 관동군이 주인인 「만선일보」 편집국장으로 일했으며, 당대에 이미 조선혼을 소환하는 일등 시인으로 평가받는 白石은 만주국 국무원 서기로 살았다.
만주는 모순의 공간이고, 혼종의 공간이다. 하지만 시인들은 그 공간에서 엄혹한 삶을 내밀한 시로 형상화시키면서 자신과 민족을 지키려 하였다. 이런 점에서 만주는 우리에게 원망의 공간이자 정령의 영토, 蘇塗이기도 하다.
지금도 저 아득한 흥안령 아래 우리 민족이 갈대처럼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의 삶의 한 자락이 설사 혐오스러운 데가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이 남긴 문학을 거두는 것이 의무이다. 치욕의 시간, 자랑스럽지 못한 내력이 있기에 모른 체 하기에는 남은 자취가 너무나 뚜렷하고, 그 가운데는 모국문학을 빛낸 보석 같은 유산이 있다. 유산이 다 값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선택된 유산으로서의 문학예술은 보석이다. 이 저술은 그 선택된 유산에 대한 가치평가다.
여기 수록한 자료는 「1940년대 전반기 재만조선인 시 연구」에서 주요한 고찰의 대상이 된 작품 원본이다. 「만선일보」 자료는 연세대중앙도서관의 마이크로필름으로 보존된 것과 한국교회사문헌연구원에서 편집한 「만선일보」(고성도서유통, 2017) 영인본이다. 자료의 영인상태가 나빠 글자가 깨어지고, 희미하고, 낙자落字가 있어 완정된 원본확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원본이나 다름없게 고증했다.
시인은 만주에 살면서 국내의 잡지에 발표한 작품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각 대학도서관에 소장된 원본이다. 이수형의 「소리」(1942.9), 「기쁨」(1943.3), 「玉伊의 房」(1943.10)은 「朝光」, 함형수의 「이상국통신」(1940.5)은 「삼천리」, 김조규의 「馬」와 「林檎園의 午後」(1940.6) 같은 작품은 「단층」, 白石의 「당나귀」(1942.4.11.)는 「매신사진순보」 등의 지지紙誌에서 복사, 입력했다.
이제 미지의 시인 李琇馨, 아버지의 유언을 안주머니에 꿰매고 다니던 진골 사회주의자 함형수, 얼굴 없는 시인 한 얼 生의 시적 진실을 원본을 통해 고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해방이 되자 북으로 간 김조규가 재만문학기에 남긴 많은 작품을 주체문예이론에 맞춰 개작했는데 그런 개작 본을 텍스트로 학위논문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저히 독해할 수 없는 훼손된 글자를 그대로 둔 경우가 더러 있어 완벽한 복원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자료집은 장차 공백기, 암흑기, 친일문학기로 남아 있는 1940년대 전반기를 온전한 민족문학사로 복원하는데 이 자료집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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