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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그리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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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박영사
출판
9.24
MB
소장

16,200 10

소장

16,200 10

작품 소개

작품 소개

초판발행 2024.08.20

 

프롤로그

 

나는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 언제나 입버릇처럼 전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들이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은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실무에 나가서 군함과 잠수함을 타고 항해를 하거나 작전을 할 때도 활용되므로 꼭 필요한 겁니다. 그러니까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을 치고 나서 억지로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면 안 됩니다. 알겠죠?”

 

매년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어김없이 전하는 나의 신념과도 같은 말. 꼭 들려주고 싶기에 어느새 입버릇처럼 되어버린 이 말은 나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사관학교 시절 해양학 전공을 선택하였다. 사관학교를 졸업하면 해군 장교로 임관한다. 그래서 일반 대학처럼 전공 지식을 활용하여 대학원을 가거나 취직 또는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전공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곤 한다. 그래서인지 나도 전공 지식을 향후에 활용하겠다는 인식이 매우 부족하였다. 더구나 수업을 들으며 학습한 내용이 향후에, 그리고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졸업 후 군 생활이 2년 정도 지난 뒤 우연찮게 석사과정 위탁교육 기회가 찾아왔다. 나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위탁교육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모시던 지휘관께서 석사과정 선발 시험에 응시해보라고 추천해 주셨던 것이다. 나는 한참 고민이 되었다.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행운이지만, 이제 실무 생활을 2년 남짓 한 상태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일반 대학에서 보낸다면 나의 군 경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그런 고민을 말씀드려 보았는데, 시험 응시를 추천해주셨던 지휘관님은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돼. 학위 끝나고 돌아와서 열심히 하면 되고, 지나고 보면 그 기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님을 알게 될 거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용기가 생겨 위탁교육생 선발 시험에 응시하여 석사학위 과정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렇게 해양학이라는 학문과 나의 인연은 다시 이어지게 되었는데, 막상 나의 석사과정은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해군 장교로 단기 복무한 경험이 있으셨던 내 지도교수님은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석사과정이 결코 군대보다 쉽지 않을걸.” 나는 그냥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인 줄 알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나는 그 이유를 조금씩 피부로 느껴가고 있었다. 연구실 학생들은 수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했던 관계로 의자에 기대어 밤을 지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상상이 될지 모르겠으나, 나는 빨리 군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는 공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정도였다(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궁평항 여행기에서 좀 더 다루도록 하겠다). 아무튼 그 당시 같은 연구실에서 함께했던 학생들 모두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터라 지금도 만나면 자연스레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한참이나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암울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히는 것일까? 석사학위를 받은 지 5년 후 나는 다시 박사과정 위탁교육을 가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사관학교 시절부터 박사까지 해양학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느껴온 것이 있다. ‘내가 석사를 할 줄 알았다면 사관학교 시절에 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할걸, 박사를 할 줄 알았다면 석사과정 때 좀 더 많은 모델을 배워보고 코딩도 열심히 해 둘걸. 또 박사학위를 받고 실무 생활만 할 줄 알았는데, 그 후 10년 뒤 사관학교 교수로 올 줄 알았다면 학술 연구에 좀 더 관심을 가져 둘걸.’ 이렇게 나는 수없이 많은 후회를 경험했던 것이다. 더구나 2급함(중령 계급의 지휘관이 운용하는 함정) 함장으로 근무 중 각종 장비를 운용할 때, 그리고 해양정보단 대잠분석평가과장으로 근무할 때, 해양과학적 지식이 현장에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체감하였다. 생도 시절 전공 공부를 그리 중요시 여기지 않다가 우연찮게 공부를 계속하게 되고 관련 지식을 현장에 활용해 봄으로써 나는 비로소 그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전공 선택과 전공 공부가 왜 중요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모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생도들에게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다. 내가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될 줄 몰랐고, 이후 실무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쌓았던 경험이 이제는 사관생도들을 가르치는 데 그토록 유용하게 활용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떤 원로 박사님이 나에게 해 준 말이 있다. “당신은 학부부터 박사까지 해양학을 지속적으로 공부했고, 함장을 하면서 본인이 가진 지식을 활용하여 장비도 직접 운용해 보았고, 해양정보단에서도 관련 지식을 잘 적용하는 등 독특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학문하는 사람은 주로 학문만 하고, 군에 있는 사람은 실무만 하는데, 특이하게도 당신처럼 학문과 실무 경험을 모두 갖춘 사람은 드물다. 대한민국에서 당신과 같은 경력을 갖춘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그래서 당신은 희귀한 박사(Rare Doctor)다.”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람은 인정받는 욕구가 가장 크다고 하였던가? 나를 인정해주는 말이니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사관생도들에게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 어떻게 실무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줄 수 있는 이유도 나의 이러한 독특한 경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거기다 바다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멋진 모래사장에서의 낭만과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휴양, 그리고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미끄러지듯 즐기는 서핑과 신비한 바닷속을 탐험하는 스쿠버다이빙 등 몇 가지만 꼽아 보아도 우리에게 바다는 너무도 가깝고 소중한 존재이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바다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잘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며, 해양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야 함이 당연하다. 그런데 내가 느껴온 바로는 해양 현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 친숙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해양 물리 현상은 친숙하기는커녕 복잡한 수식으로 이루어진 어렵고 난해한 존재로만 인식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통해 바다는 우리와 친숙한 곳이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매우 흥미롭고, 또한 잘 활용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주고 싶다.

바다는 육지가 있기에 그 존재 가치가 더욱 빛난다. 바닷가 인근의 멋진 곳을 여행하며 힐링도 하고, 더불어 그곳에서 일어나는 해양 현상도 함께 알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때로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바다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또, 그곳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서로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혼자여도 좋다.

태산은 좋은 흙과 나쁜 흙을 가려 받지 않아 그렇게 우뚝 설 수 있었고, 바다는 개울물도 큰 강물도 가려 받지 않았기에 저토록 넓고 깊어질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편견 없이 받아들여 아픔을 치유하고 인류를 이롭게 하는 바다에 대해 우리는 여태껏 너무도 무관심하게 대한 것은 아닐까?

부족한 글이지만, 이 책이 바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 줄기 작은 물결이 되었으면 한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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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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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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